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경제 제재 강화 조처에 직면한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에서 노동절인 1일(현지시간) 대규모 군중집회 및 행진이 펼쳐졌다.
이날 쿠바 수도 아바나의 혁명광장 일대에서는 수십만 명의 시민이 쿠바 국기를 흔들며 혁명을 지지하는 구호를 외치는 군중집회와 행진을 벌였다고 로이터통신과 관영 그란마가 보도했다.
이날 행사에는 미겔 디아스카넬(65) 쿠바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93) 전 공산당 총서기도 나란히 참석했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엔 이들이 라울의 형인 '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1926∼2016)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이 공유되기도 했다.
정부에서 주도하는 이 행사는 공산국가 쿠바의 상징적 이벤트 중 하나다.
해마다 5월 1일이면 아바나 시민들이 혁명광장에 모여 1959년 쿠바 혁명의 의미를 기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2020년과 2021년은 대규모 행진 없이 조용한 노동절을 보냈고, 2023년엔 심각한 연료난에 행사를 취소했다.
쿠바 정부는 특히 올해 행진을 '피델 카스트로가 혁명 개념을 제시한 25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로 진행했다고 그란마는 전했다.
쿠바 공산당 홈페이지 설명을 보면 피델 카스트로는 지난 2000년 5월 1일 연설에서 "혁명은 변화해야 할 모든 것을 바꾸는 것으로, 완전한 평등과 자유, 타인에 대한 인격적 대우,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신념을 지키는 것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인구 1천100만 명의 쿠바는 최근 수십년간 극심한 경제난에 신음하고 있다. 에너지 수급 불안으로 인한 정전과 식량 부족 사태도 다반사다.
2021년 7월엔 이례적으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이어졌고, 육로로 혹은 바다를 건너 미국과 멕시코 등지로 가려는 이들의 행렬이 계속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쿠바는 지난 1월 미국에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복원된 미국의 경제 제재로 더 큰 시련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임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퇴임 전 쿠바에 대한 금수조치를 대거 해제한 바 있다.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 사령탑인 '쿠바계 이민자 가정 출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쿠바 정권이 국민을 억압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대(對) 쿠바 강경 대응 노선에 앞장서고 있다.
미 정부의 중남미 특사인 마우리시오 클래버커론은 새로운 제재를 준비 중이라며, "쿠바의 정권 교체가 임박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