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식 추기경 “차기 교황은 ‘잘 듣는 사람’이 되길”
2025-04-26 (토) 12:00:00
신은별 기자
▶ 교황 후보 소감 “하하하하”
▶ 바티칸 사무실서 언론과 간담

유흥식(74) 라자로 추기경 [연합]
유흥식(74) 라자로 추기경이 차기 교황 후보로 거론된다는 소식을 듣고 "'하하하하' 웃고 끝냈다"고 말했다. 세계적 관심사에 올랐는데도 기대하고 흥분하기보단 담담하고 유쾌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이 발언은 24일(현지시간) 바티칸 성직자부 사무실에서 진행한 7개 한국 언론사와의 간담회에서 나왔다. 유 추기경은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가 꼽은 차기 교황 유력 후보군 12명 중 한 명으로 최근 이름을 올렸다.
차기 교황이 지녔으면 하는 덕목에 대한 그의 생각은 분명했다. "잘 듣는 사람." 유 추기경은 "함께 걸어가려면 잘 들어야 한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했다"고 말했다. '잘 듣는다'는 건 '귀로 듣는 것'이 아니다. '들은 것을 생활로 옮기는 것'이다. 유 추기경은 한국에 대한 교황의 애정이 컸다고도 전했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선포 당시 교황이 "'어떻게 한국에 그런 일이 있느냐'며 걱정했다"는 게 유 추기경 말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차기 교황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한 생각은.
"하하하하 웃으며 끝났다. 별 사람들이 다 있다. 끝이었다. (최근 외신이 '차기 교황이 아시아에서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한 데 대해 "주님께는 동서양의 구분이 없다"고 답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 부모님은 아들·딸을 구별하지 않고, 잘하고 못하고를 구별하지 않고 특징대로 본다는 뜻에서 말한 것이다. 교황으로 언급되는 건 영광이다. 다만 예상은 틀림없이 틀린다(웃음)."
-차기 교황에 바라는 자질은."다음 교황은 참 어려울 것 같다. 참 어려운 세상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각자 자기 목소리가 너무 크다. 다른 사람 목소리를 안 들으려고 한다. 다른 사람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함께 걸어가기 위해 중요한 건 잘 듣는 것이다. 잘 듣지 않으면 잘 못 걸어간다. 사랑하면 듣는다. 사랑하지 않으면 안 듣는다. '복음 말씀을 듣는다'는 건 생활로 옮기는 것이라고 교황은 말했다. 차기 교황 후보로 누구를 뽑을지, 교회 앞에서의 책임을 가진 채 지켜보고 있다."
-추기경단에서의 콘클라베 논의는."추기경 회의에서 정해져야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콘클라베 일정은 다음 달 6일쯤으로 추측해 본다. (투표와 별개로) 추기경 간 대화가 이뤄진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교회는 어떤 모습인가, 차기 교황은 어떤 분이어야 하는가' 등을 이야기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면 누군가에게 표가 모일 것이다. 나도 추기경 회의에서 말할 3분짜리 발언을 준비해 놨다."
-한국에 대한 교황의 애정은."(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서 교황에게 여러 말씀을 드리곤 했다. 한국에 대한 모든 걸 보고했다. 교황은 한국에 대해 굉장히 잘 아셨다. 세월호 참사 5일 뒤에도 말씀을 드렸다. 12·3 계엄에 대해서도 교황은 잘 알았다. 나한테 '어떻게 그런 일이 한국에서 벌어졌냐'고 걱정했다. 관련 내용을 설명하니 '빨리 잘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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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