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美 “이란내 민간 원자력 용인”…핵 프로그램 타협안 제시

2025-04-23 (수) 05:24:47
크게 작게

▶ “폭탄급 우라늄 고농축 중단·발전용 저농축 우라늄 수입”

▶ 완전해체 입장에서 일보 후퇴…이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

이란과의 핵협상을 진행 중인 미국이 이란 내에서 우라늄 농축을 중단한다면 민간 용도의 핵 프로그램은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3일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최근 미 언론매체 프리프레스의 팟캐스트에 출연, "이란이 민간 핵 프로그램을 원한다면 세계의 다른 많은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이란이 "농축 (핵) 물질을 수입"할 필요가 있다고 루비오 장관은 강조했다.


이란 국내에서의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하고 해외에서 수입한 저농축 우라늄만을 사용한다면 전력생산 등 민간 목적의 핵 활동은 막을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지난달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해체'를 주장했던 것에서 다소 물러나 이란 측에 타협점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12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고위급 회담을 진행한 미국과 이란은 26일 오만에서 핵 협상 전문회의를 열 예정이다.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두 나라의 기술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WSJ은 짚었다.

다만, 이란이 루비오 장관이 제시한 타협안을 받아들이도록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상호 간의 불신이 여전히 깊어서다.

실제 이란은 핵개발 초창기인 1990년대 유럽에서 저농축 핵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가 미국의 거부로 무산된 이후 자체적으로 우라늄을 농축해 왔다.

반대로 2015년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체결을 앞두고 비슷한 방안을 끄집어냈지만, 이번에는 이란이 핵연료 수입을 거부했다.


이란측은 오히려 자국에서 생산한 핵물질을 주변국에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제안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당시 협상에 관여했던 미국측 전문가 리처드 네퓨는 말했다.

네퓨는 "수십년간 합작투자와 다국적 연료 공급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지만, 항상 실제로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이란 측의 불신과, 다른 모든 이들이 이란의 (핵물질) 생산시설 유치에 동의하길 거부한다는 문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미 이란 측에선 핵연료 생산을 중단하고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정치고문인 알리 샴하니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2차 핵협상이 열렸던 지난 19일 이른바 '아랍에미리트(UAE) 모델'을 택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UAE는 플루토늄 생산을 위해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채 외국에서 핵연료를 수입, 자국내 원자력 발전소들을 가동하고 있는 국가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을 역임한 게리 세이모어는 이란이 자체 핵농축 역량을 포기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이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철저한 검증을 조건으로 이란내 핵농축을 허용하거나, 이란내 핵시설을 겨냥한 군사행동에 나서겠다는 위협을 실행에 옮기는 방안을 놓고 선택에 직면할 수 있다고 세이모어는 내다봤다.

이란은 26일 오만 핵 협상 전문회의에 마지드 타흐트 라반치 외무차관 등을 필두로 하는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담당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조만간 재차 고위급 회담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WSJ은 덧붙였다.

<연합뉴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