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판사 “고의로 법원명령 무시” vs 백악관, 불법이민자 범죄 부각

2025-04-16 (수) 05: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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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이민자 대규모 추방 둘러싼 美 법원과 정부 갈등 더 첨예해져

▶ 판사 “법정모욕으로 볼 상당한 근거…내주까지 위반사항 수정하라”
▶ 백악관, ‘실수 추방’ 인정된 이민자 면담 추진 의원에 “끔찍하다”

판사 “고의로 법원명령 무시” vs 백악관, 불법이민자 범죄 부각

임스 보스버그 연방 판사[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체류 외국인 대규모 강제 추방 논란을 둘러싼 연방법원 판사와 트럼프 행정부간 갈등이 더 첨예해지고 있다.

해당 연방 판사는 16일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이 고의로 법원 명령을 무시하는 등 법정을 모욕한 것으로 보인다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반면에, 백악관은 불법입국자에 의한 범죄 피해자를 기자실로 초청해 피해사례를 발표하며 불법이민자 추방의 정당성을 적극 홍보하며 맞섰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워싱턴 DC 연방지법의 제임스 보스버그 판사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 외국인을 엘살바도르 소재 수용 시설로 이송하는 절차를 중단하라는 자신의 지난달 명령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는 판단을 밝혔다.


보스버그 판사는 명령서에서 행정부 당국자들이 법정을 모욕했다고 볼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지적하고, 행정부 차원에서 다음 주까지 위반 사항을 수정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거나, 법원 명령을 이행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명령서에서 "헌법은 헌법 준수를 서약한 (사법부와) 동격의 행정부 당국자들에 의한 고의적인 사법 명령 불복종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보스버그 판사의 이날 입장은 행정부의 후속 대응 여하에 따라 당국자들이 법정모욕 혐의로 기소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그는 만약 연방 법무부가 이번 건과 관련해 당국자들을 법정모욕 혐의로 기소하지 않을 경우 자신이 별도의 검사를 임명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보스버그 판사의 결정에 대해 "즉시" 항고하겠다고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리스트와, 범죄를 저지른 불법 이민자들이 더 이상 미국인과 전국의 미국인 공동체에 위협이 되지 못하게 하는 데 100% 헌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보스버그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15일 베네수엘라 국적자 200명 이상을 범죄조직원으로 규정해 추방하면서 18세기에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AEA)을 적용한 데 대해 "전례 없는 일이자, 법률의 확장 사용"이라고 지적하고, 추방 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명령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인들을 태운 해당 항공기는 당일 오후 엘살바도르에 도착했는데, 보스버그 판사는 이것이 자신의 명령을 의도적으로 위반한 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속전속결식 불법체류자 추방 정책에 브레이크를 건 보스버그 판사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맹비난했으며, 탄핵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사건과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추방당한 베네수엘라 국적자 238명의 법률 기록과 미국 정부 성명을 검토한 결과, 폭행 또는 총기 관련 범행으로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5명, 성범죄와 절도 등으로 단속된 사람이 3명, 불법 이민 유도 등 인신매매 범행이 적발된 사람이 2명 등이었으며, 범죄와의 연관성이 없는 사람이 약 90%였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은 이날 예정에 없었던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의 언론 브리핑을 개최해 불법입국자에 의한 범죄 문제를 부각했다.

이는 불법체류자 추방 등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의 당위성을 부각함으로써 보스버그 판사에 대한 반발 여론을 확산시키려는 의중으로 읽혔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2023년 엘살바도르 출신 불법 입국자에 의해 잔인하게 강간·살해당한 미국 여성 레이첼 모린의 어머니가 '특별 게스트' 자격으로 참석해 딸이 겪었던 범죄 피해를 상세히 진술했다.

이 자리에서 레빗 대변인은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거주하다 갱단 관련자로 오인돼 추방된 엘살바도르 출신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를 면담하기 위해 이날 엘살바도르를 방문한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민주·메릴랜드)에 대해 "끔찍하고 슬프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홀런 의원은 이날 엘살바도르 당국의 거부로 인해 가르시아를 면담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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