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얀마 강진에 1천㎞거리 방콕 피해 왜?… “약한 지반·빌딩 밀집”

2025-03-31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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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수도 방콕 ‘직격탄’
▶ 공사중 30층 빌딩 붕괴

▶ 내진 종합 안전기준 미비
▶ 미얀마, 태국보다 더 취약

미얀마 강진에 1천㎞거리 방콕 피해 왜?… “약한 지반·빌딩 밀집”

태국 방콕의 초고층 콘도 건물을 잇는 브릿지가 지난 28일 미얀마 강진의 여파로 붕괴돼 있다. [로이터]

지난 28일 미얀마에서 발생한 규모 7.7의 강진은 이웃 나라 태국까지 흔들었다. 미얀마와 달리 태국은 지진 위험지역이 아닌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진앙에서 1천㎞ 이상 떨어진 수도 방콕이 직격탄을 맞아 시민과 관광객의 충격이 더 컸다.

미얀마 지진이 방콕에 영향을 미친 이유로는 7.7이라는 지진 규모와 10㎞에 불과한 진원 깊이 외에 방콕 지반 구조 등이 꼽힌다. 30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방콕은 연약한 충적토 위에 자리 잡고 있어 지반이 더 심하게 흔들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반이 약하면 지진파 속도가 느려지면서 에너지를 증폭시키기 때문에 피해가 커진다.

또 방콕은 고층빌딩이 밀집해 있어 저층 건물 위주 다른 지역보다 지진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태국 북부 치앙마이 등 다른 주요 도시는 방콕보다 진앙과 더 가깝지만 큰 피해는 없었다.


방콕에서는 짜뚜짝 시장 인근 공사 중 30층 높이 빌딩이 무너져 사상자와 매몰자가 발생했다. 이 사고를 포함해 이번 지진으로 인한 방콕 내 사망자는 이날 기준 17명, 실종자는 83명이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 태국에서 과거에는 건축 비용을 상승시키는 내진 설계가 일반화되지 않았다는 점도 거론된다. 2009년 이전에는 방콕시에 내진 관련 종합 안전 기준이 없었다고 크리스티안 말라가-우키타이페 런던 임페리얼대 교수는 BBC에 말했다. 이는 오래된 고층 건물은 특히 지진에 취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몬 피만나스 태국 구조공학협회장은 태국 43개 주에 내진 관련 규정이 있지만 내진 설계가 적용된 건물은 10% 미만일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방콕의 연약한 토양이 지진의 지반운동을 3∼4배 증폭시켜 건물 붕괴를 일으키는 요인이 됐을 수 있다”며 “그러나 철근 등 건축 자재 품질과 구조적 문제 등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어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얀마 건물은 태국보다 지진에 더 취약하다. 미얀마에서는 정기적으로 지진이 발생하지만, 내진 설계로 지어지는 건물은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언 왓킨슨 로얄홀로웨이대 교수는 “극심한 빈곤과 정치적 격변 속에서 미얀마는 지진에 따른 예측불가능한 위험에 집중하지 못했다”며 “이는 설계 규정이 시행되지 않고 급경사지 등 지진 위험이 커지는 곳에도 건축이 이뤄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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