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관세 명령 파장
▶ 미 소비자들 최대 피해자
▶ 한국·일본·유럽 등 비상
▶ 가격 경쟁력 악화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폭스바겐과 현대차, 도요타 등 인기 수입 차량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졌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미국에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오는 4월 2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관세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구매할 때 한층 더 높은 가격을 부담하게 됐다.
대상은 모든 외국산 자동차이지만 주로 한국, 일본, 유럽, 멕시코, 캐나다 등 해외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한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할 일은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모든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자국에서 사업을 해 일자리와 부를 지난 몇 년 동안 빼앗아 온 국가들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친구가 적보다 훨씬 더 나빴던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이것(이번 관세 부과)은 매우 얌전한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외국산 자동차 관세 부과로 연간 1,000억달러의 세수 증가를 기대한다”고 말하면서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내 자동차 제조업의 부흥을 이끌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처로 인해 특히 자동차가 대미 수출 품목 1위인 한국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등 한국과 일본, 유럽 제조사들이 미국 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 내 판매 차량의 상당 부분을 자국이나 멕시코, 캐나다 등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관세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미국 내 자동차 구매자들도 이번 관세 부과의 최대 피해자이다. 월스트릿저널(WSJ)은 이번 관세로 미국 내서 판매되는 외국 생산 자동차의 판매 가격이 최소 3,000~5,000달러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방정부는 추가 세수를 확보할지 모르지만 결국 이 돈은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오게 된다.
WSJ는 앞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차량을 구매하기 전 해당 차량이 25% 관세 부과 차량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전기차를 포함한 한국산 승용차에 대해 2016년부터 무관세를 적용해온 가운데, 지난해 한국의 전체 자동차 수출액(707억8,900만달러) 가운데 대미 수출액은 약 49%(347억4,400만달러)에 달했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이며, 한국은 2023년 기준으로 멕시코, 일본, 캐나다에 이어 대미 자동차 수출국 4위에 위치했다.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와 4월2일 발표될 국가별 상호관세까지 더해지면 한국 자동차 메이커의 미국 시장 가격 경쟁력은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에 비해 약화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생산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간다는 계획이지만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브랜드의 인기 차종 중 상당수는 여전히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6일 준공식을 가진, 미국 내 3번째 생산거점인 조지아주‘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규모를 당초 구상한 30만대에서 50만대로 늘리기로 하는 등 미국 내 생산 규모를 현재의 70만대에서 향후 120만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월 20일 집권 2기 출범 이후 부과한 3번째 품목별 관세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무역 상대국에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과 철강·알루미늄으로 만든 파생상품에 지난 12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관세 부과 시기에 대해 “4월 2일”이라고 밝혔다.
4월 2일은 전 세계 국가를 상대로 미국에 대한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을 두루 고려해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날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재확인하면서 “모든 국가”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예외를 두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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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