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에서 1905년은 ‘기적의 해’(annus mirabilis)로 불린다. 이 해에 스위스 특허국에서 근무하던 이름없는 26살 난 청년이 세계 역사를 바꿀 논문을 4개나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중 어느 하나도 노벨상을 받을만한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실제로 이 중 하나인 ‘빛의 광전 효과’에 관한 글로 19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 청년의 이름은 물론 알버트 아인슈타인이다.
빛의 광전 효과란 빛을 쏘이면 물체에 들어 있는 전자가 방출되는 현상으로 이 때 빛 에너지는 연속적이 아니라 특정 양(quanta)으로 이뤄져 있다. 이는 종전까지 빛이 파동이라는 가설을 뒤집고 입자임을 보여준 것으로 상대성 원리와 함께 현대 물리학의 두 기둥인 양자 역학의 기초를 놓은 주장이다. 아인슈타인이 독보적인 업적인 ‘상대성 원리’와 함께 양자 역학 창시자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이유도 여기 있다. 빛은 이제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는 이중성(wave-particle duality)을 갖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두번째 액체나 기체 내 입자의 불규칙적 운동인 ‘브라운 운동’에 관한 아인슈타인의 논문은 원자의 존재를 입증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번째 ‘특수 상대성 원리’ 논문은 빛의 속도는 일정하고 유한하며 모든 물리학 법칙은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관찰자와 피관측체의 사이에서 동일하다는 것을 전제로 시간의 속도와 물체의 무게 등이 변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네번째는 질량과 에너지 등가 원칙에 관한 것으로 유명한 E = mc2 공식한다.
그 후 10년 뒤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 원리’를 완성한다. ‘특수 상대성 원리’가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두 물체 사이의 관계에 관한 것이라면 ‘일반 상대성 원리’는 가속적으로 움직이는 물체 사이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가속과 중력은 근본적으로 같기 때문에 이는 중력에 관한 이론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중력은 두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으로 여겨졌지만 아인슈타인은 물체의 무게가 주변 공간을 휘게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소혹성 등이 지구로 떨어지는 것은 지구의 중력이 주변 공간을 휘게 만들어 공이 움푹 파인 도랑으로 빠지듯 파인 공간으로 흘러든다는 것이다.
영국의 물리학자 아더 에딩턴은 1919년 5월 29일 탐험대를 이끌고 개기 일식 사진을 찍어 아인슈타인의 주장이 사실임을 입증한다. 아인슈타인 말대로 태양의 중력이 주변 공간을 휘게 한다면 휜 공간을 따라 태양 뒤에 있는 별이 보여야 한다. 평소에는 햇빛이 너무 강해 별이 보이지 않지만 개기 일식 때는 보일 수 있다. 사진 촬영 결과 태양 뒤 별이 아인슈타인이 정확히 예측한 곳에서 관측된 것이다. 그해 아인슈타인은 ‘세기의 과학자’로 타임 표지 모델이 됐다.
아인슈타인 하면 우리 생활과는 거리가 먼 사람처럼 느껴지지만 태양광 발전에서 핵 발전에 이르기까지 그의 연구는 우리 일상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지금은 생활 필수품이 된 GPS도 그의 ‘상대성 이론’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지구상의 자기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하늘에 떠다니는 인공 위성과 교신이 필수적인데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위성내 시간은 지상에서보다 천천히 흐른다. 반면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중력은 시간을 늦게 가게 하기 때문에 지상보다 중력이 약한 인공 위성내 시간은 빨리 간다. 이 두가지를 모두 보정해 주지 않으면 정확한 시간 측정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GPS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다섯살까지 말을 하지 않았고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았다. 암기 위주의 학교 교육을 증오했고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수시로 던져 교사의 권위를 실추시켜 곤란하게 만들었다. 그런 그를 선생들은 “쓸모 없는 인간” “나중에 아무 것도 안 될 아이”라며 조롱했다. 그가 스위스 특허국에서 일하게 된 것도 학위를 받았지만 추천장을 써주는 선생이 없어 대학은 물론 고등학교 교사로도 취직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 낮에 일하고 밤에 여가를 활용해 세상을 바꾼 논문을 한 해에 4개나 썼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올해는 그 ‘기적의 해’ 120주년이 되는 해고 지난 14일은 인류가 발견한 가장 중요한 숫자인 원주율과 20세기 최고의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생일을 동시에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파이의 날’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우주에 관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일은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는데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도 바쁜 세상에 어떻게 그와 같은 업적을 남기며 살다갈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파이라도 먹으며 그의 일생을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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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