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 케네디센터 이사진 ‘물갈이’…진보 색채 지우기

JD 밴스 부통령 [로이터]
JD 밴스 부통령이 워싱턴DC의 대표적인 공연장인 케네디센터에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갔다가 객석에서 야유 세례를 받았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는 취임 후 케네디센터의 이사진을 전격 교체하고 성소수자 등이 연관된 진보적 색채의 공연은 올리지 않겠다고 밝히며 진보 진영과의 '문화전쟁'을 촉발한 바 있다.
14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전날 저녁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미국 국립교향악단의 연주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 시작 전 안내 방송이 나오던 중 밴스 부통령과 부인 우샤 밴스가 박스 좌석에 들어서자 공연장에서는 야유와 조롱이 터져 나왔고, 소란은 약 30초 넘게 이어졌다.
격식과 예절을 중요시하는 클래식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소리 높여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일부 관객은 밴스 부통령을 향해 "당신이 이 공간을 망쳤다"고 소리치기도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러한 항의에도 미소를 짓고 손을 흔들어 응했다.
이날 공연에 밴스 부통령 부부가 참석하면서 다른 관객들은 모두 고강도의 보안 검사를 받아야 했으며, 공연 시작은 25분간 지연됐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케네디센터의 임시 사무국장 리처드 그레넬은 밴스 부통령에게 야유를 한 관객들이 "편협했다"고 비판했다.
그레넬 임시국장은 이튿날 오전 센터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정치적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불관용은 다른 분야에서의 불관용만큼이나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케네디센터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환영받는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케네디센터 직원들은 그레넬 임시국장이 메일에서 다양성을 언급한 것이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 후 다양성 정책을 폐기하고 있는 행보와 모순된다는 점에서 의문을 제기했다고 WP는 전했다.
미국 공연예술의 산실로도 불리는 케네디센터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그가 벌인 진보 진영과의 문화 전쟁의 중심지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케네디센터의 기존 이사장과 이사진을 모두 해임하고 자신을 이사장으로 자진 임명했다.
그리고 최측근인 그레넬 북한·베네수엘라 특별임무대사를 임시 사무국장으로 앉혔으며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밴스 부통령의 배우자인 우샤 밴스 등 충성파들로 이사 자리를 채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정권에서 임명된 케네디센터 운영진들이 공연장을 '워크'(woke·진보적 가치를 강요하는 행위에 대한 비판적 용어)의 장소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케네디센터를 장악했다"면서 "더 이상 드래그쇼(여장남자 공연) 또는 다른 반미 선전은 없을 것이다. 오직 최고의 공연만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케네디센터 장악'에 대한 문화계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내년에 케네디센터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던 흥행 뮤지컬 '해밀턴' 제작진은 항의의 뜻에서 내년 공연을 취소했으며, 다른 예술가들도 일부 공연 일정을 취소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