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완 투수 공략도 숙제
▶ 마이너리그서 생존 경쟁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첫 시즌을 준비하는 LA다저스 김혜성이 19일(현지시간) 다저스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 랜치에서 타격 훈련하고 있다. [연합]
결국 김혜성(26)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강속구 벽’을 넘지 못했다.
김혜성은 미국 진출을 앞두고 강속구에 대처하기 위해 타격폼을 바꾸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한계를 노출하며 마이너리그로 떨어졌다. 그는 2025 MLB 시범경기에서 타율 0.207(29타수 6안타), 1홈런, 3타점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12일(한국시간) LA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팀인 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로 내려갔다. 김혜성은 마이너리그에서 강속구와 싸움을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 빠른 공에 속수무책…KBO리그 3할 타자의 힘겨운 도전
김혜성은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소속 시절, 리그의 대표적인 교타자였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3할대 타율을 기록했다.
2023년 타율 0.335, 미국 진출 직전인 2024년엔 타율 0.326의 성적을 냈다. 김혜성은 미국 스카우트들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1월엔 명문 구단 다저스와 3+2년 최대 2천200만달러(약 320억원), 보장계약 3년 총액 1천250만달러(182억원)에 MLB 계약을 했다.
그러나 김혜성은 MLB 시범경기에서 한계를 노출했다.
그는 구단 조언에 따라 타격폼을 수정하며 적응에 나섰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2월 한 달간 치른 6차례 시범경기에서 14타수 1안타 타율 0.071에 그쳤다. 다저스 구단 내부에선 김혜성을 마이너리그로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타격 훈련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김혜성은 KBO리그에서 한 번도 뛰어보지 않은 중견수 수비를 보기도 했다. 붙박이 주전을 노리기에는 다저스의 선수 층이 워낙 두꺼웠고 여러 포지션에 출전하는 유틸리티가 살 길이었다.
슈퍼스타들이 차고 넘치는 다저스는 김혜성이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다저스의 개막전 일정도 김혜성에겐 불리했다.
다저스는 다른 팀들이 시범경기를 펼칠 때 일본 도쿄로 이동해 오는 18∼19일 정규리그 개막전을 먼저 치러야 했고, 이에 따라 12일 김혜성에게 마이너리그행을 통보했다.
▲ 강속구 공략 못 하면 MLB 생존 실패…차원이 다른 정규시즌물론 시범경기와 정규리그는 차원이 다르다. 김혜성은 정규시즌이 시작되면 KBO리그에서 볼 수 없었던 트리플A ‘준 빅리거’ 투수들의 강속구와 씨름해야 한다.
미국 야구는 최근 다양한 시스템과 훈련 장비로 ‘구속 혁명’을 일으켰다. 지난해 MLB 사무국이 발표한 투수 부상 연구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4시즌 MLB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51.6㎞로, 2008년 146.6㎞보다 5㎞가 빨라졌다.
특히 리그에서 나온 100마일(160.9㎞) 이상의 공은 2008년 214개에서 지난해 3천880개로 폭증했다. 최근 미국 야구에선 빠르고 많이 회전하는 공을 던지기 위해 다양한 훈련 장비와 프로그램, 시스템이 개발됐고, 이에 따라 MLB의 평균 구속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김혜성은 KBO리그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속도의 강속구를 이겨내야 한다.
왼손 투수 대처 능력도 큰 숙제다. 김혜성은 시범경기에서 6개의 안타를 모두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 기록했다.
왼손 투수를 상대로는 6타수 무안타 삼진 3개로 부진했다.
KBO리그 시절 김혜성의 타격 성적은 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갈리진 않았다. 그러나 KBO리그에선 좌타자 몸쪽으로 150㎞대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좌완 투수가 드물지만, MLB에선 차고 넘친다.
유형과 구속, 구위가 모두 생소하다. 김혜성이 마이너리그에서 풀어가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