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관세’ 직면한 멕시코 ‘애국심 마케팅’ 꿈틀

2025-03-04 (화) 02: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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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드 인 멕시코’ 소비 촉진 확산…대통령 지지율 80% 돌파

‘트럼프 관세’ 직면한 멕시코 ‘애국심 마케팅’ 꿈틀

멕시코시티 그루포 모델로 공장의 코로나 맥주 광고판[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25% 관세부과 공격을 마주한 멕시코에서 자국산 제품 소비를 촉진하는 '애국심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4일(현지시간) 멕시코 경제부 홈페이지를 보면 멕시코 정부는 자국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시장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의 '에초 엔 메히코'(메이드 인 멕시코) 홍보 활동을 최근 개시했다.

경제부 안에 특별 부서를 설치해 국내와 외국에 멕시코산 물품을 알리는 한편 수입산과의 품질 격차를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판매가를 확보할 수 있는 제품 제조를 독려하고 있다고 당국은 강조했다.


멕시코 정부는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자국산 제품에, 국기에도 등장하는 독수리 그림을 활용해 만든 공식 인증 마크를 붙일 수 있도록 했다.

기업들의 동참 분위기도 뜨거운 것으로 확인된다.

코로나 맥주로 유명한 거대 양주회사 그루포 모델로는 병에 이 인증 마크를 부착하기로 발표했고, 코카콜라와 월마트 등 미국에 본사를 둔 멕시코 현지 법인 역시 이 캠페인에 뛰어들었다.

멕시코 주요 TV 방송과 일간지를 보면 이달 들어 멕시코산 제품임을 강조하는 내용의 홍보물이 부쩍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멕시코에서는 과거에도 '애국 소비'를 강조하는 당국의 시도가 몇차례 있었지만, 이번엔 업체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이는 트럼프 미국 정부에서 멕시코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촉발된 '관세 전쟁'과 무관치 않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경제부 장관은 최근 한 행사에서 '에초 엔 메히코' 프로그램에 대해 "멕시코를 향한 여러 도전에 대비하는 한편 주민 복지 수준을 높이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로드맵의 하나"라며 "클라우다이 셰인바움 대통령이 구상한 '플란 멕시코'(멕시코 계획)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멕시코 셰인바움 대통령은 미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플란 멕시코' 세부 목표를 발표하고, 외국인 직접 투자(FDI) 유입 확대와 기업체들의 지역민 채용 규정 강화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 최근 스페인 금융기관 산탄데르(20억 달러·2조8천억원 상당)와 넷플릭스(10억 달러·1조4천억원 상당) 등은 멕시코에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좌파 민족주의 성향으로 미국과의 협력적 대화를 중시하는 셰인바움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멕시코 여론조사기관 '부엔디아 앤 마르케스'가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13∼18일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대면 설문조사(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53%포인트)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80%가 셰인바움 대통령 국정 운영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이 가장 잘하고 있는 일을 꼽아 달라'는 질의에 대해서는 '도널드 트럼프로부터 국가 수호'라는 항목이 1위를 기록했다.

멕시코 정부에 비판적 논조를 보이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조차 최근 기사에서 "셰인바움 대통령은 트럼프와 연관된 세계적 격변의 시기에 자신만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멕시코 주지사 협의회는 이날 연방정부에 대한 연대의 뜻과 함께 "국민들이 함께 힘을 모으자"는 취지의 공동 성명을 냈다.

경제인연합회와 주요 노조 단체 역시 최근 국제 정세 하에서의 정부 스탠스에 지지 의사를 보내며 위기 극복을 위한 '대동단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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