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간 77조원 들여 잔해 치우고 주거지·공항 건립
▶ PA·하마스 ‘환영’…이스라엘은 “트럼프 구상 장려돼야”

4일(현지시간) 아랍연맹(AL) 특별정상회의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5.3.5 [로이터]
아랍연맹(AL)이 4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특별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에 맞설 재건 계획을 채택했다고 로이터, AP,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주최자인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회의 후 자국이 내놓은 가자지구 재건 구상을 아랍 국가들이 수락했다고 밝혔다.
엘시시 대통령은 이 계획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국가를 재건할 권리를 지키고, 그들의 땅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협력해 가자지구를 통치할 독립적인 위원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달 가자지구 재건을 논의할 국제회의를 유엔과 협력해 이집트에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집트가 이날 공유한 제안을 보면 가자지구 재건에는 5년간 총 530억달러(약 77조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첫 6개월 동안은 가자지구에 중장비를 들여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임시 주택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2년간 주택 20만호를 건설하고, 마지막 단계 2년 반 동안에는 주택 추가 20만호와 공항까지 세운다는 구상이다.
재건 기간 아랍 국가가 참여하는 위원회가 인도주의적 지원을 감독하는 등 가자지구 지역 문제를 관리하다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이를 넘겨주게 된다.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세계은행(WB)이 감독하는 신탁기금이 조성된다.
이집트는 유엔 평화유지군 배치도 초안에 포함했다가 최종안에서는 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주변국으로 이주시키고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악해 휴양지로 탈바꿈해놓겠다는 구상을 발표하자 아랍권은 반발했다. 특히 이주 후보국으로 꼽힌 이집트와 요르단이 이 구상을 강하게 반대했다.
마무드 아바스 PA 수반은 회의에서 이집트 제안을 환영하며 "여건이 된다면 대통령 및 의회 선거를 치를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PA는 팔레스타인 영토의 유일하게 합법적인 통치·군사 주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성명에서 전후 위원회 구성 등을 포함한 이집트의 제안을 반긴다며 아바스 수반이 언급한 선거 역시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아랍연맹 선언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2023년 10월 7일 이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부패와 테러 지원 문제를 가진 PA와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계속 의존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아이디어로 가자 주민들이 자유 의지에 따라 선택할 기회가 생겼으며, 이를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그간 전후 가자지구 통치에 PA나 하마스가 참여하는 데 반대해왔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회의에는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바레인 국왕 등 중동·북아프리카의 지도자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참석했다.
작년 말 반군을 이끌고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을 축출한 뒤 권력을 잡은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대통령도 주최국 이집트의 초청으로 아랍연맹 무대에 데뷔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대신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외무장관이, 아랍에미리트(UAE)도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대통령이 아닌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외무장관이 대신 참석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 지도자들과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등은 무함마드 왕세자의 초청으로 사우디에 모여 이집트의 제안을 미리 듣고 의견을 나눈 바 있다.
이와 관련해 AP는 이번 정상회의에 중동의 '큰손' 사우디와 UAE 정상이 빠진 점에 주목했다. 재건 자금을 조달하려면 부국인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블룸버그도 가자지구 통치, 역내 안보, 하마스의 미래 등 핵심 사안에서 아랍연맹 회원국 간 견해차가 크다며 제안 추진이 여러 장애물을 맞닥뜨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