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진출 한국 기업들은 4일(현지시간)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올 것이 왔다"는 반응과 함께 위기관리 태세에 들어갔다.

니어쇼어링(인접지로의 생산지 이전) 효과를 노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투자 붐 속에서도 수년간 견실한 성장세를 보인 기아 멕시코 법인은 3일 미국의 관세 부과 예고에 추이를 주시하면서 '기민한 대응'을 위한 전략 실행에 들어갔다.

기아 멕시코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시나리오"라며 "미국과 멕시코 정부 정책을 연계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접경 누에보레온주(州)에 공장을 둔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는 지난해 27만여대의 차량을 생산했고, 이 중 62%가 미국에 수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기아 측은 미국으로의 수출 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수요 다각화를 기반으로 한 경쟁력 강화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멕시코에 진출한 400여곳의 법인(2023년 기준·한국수출입은행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추산)도 대부분 사업 모델과 제품, 설루션 관점에서 미국 관세 부과 이후에도 경쟁사 등과의 차별화를 유지하기 위한 사업 기회 발굴에 나선 분위기라고 한다.

삼성전자 멕시코 생산법인에 전자제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측 법무 자문 업체는 "관세 부과 세부 품목에 대해 면밀히 분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20% 관세 대상인 중국산 등과 마찬가지로 멕시코산 제품 역시 미국으로의 수입이나 통관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멕시코 정부의 협상력에 대한 실망감도 감지된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매일 주재하는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세 추가 유예 또는 관세 면제를 끌어내기 위한 당국간 협상에 "낙관적"이라는 시그널을 보내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도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한 '직접 담판'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저는 침착함과 평온함을 유지한 채 상황을 살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25% 관세 부과를 목전에 두면서 멕시코 정부 스스로 대외 불확실성을 높인 측면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멕시코 타마울리파스주 레이노사 지역 한 전자부품 제조 협력업체 측은 "멕시코 대통령이 항상 플랜 A부터 B, C, D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에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라며, 멕시코 정부에서 보복관세 등으로 맞대응할 경우 미국 수출에 중점을 두는 한국 기업들은 단기적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