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자 구호품 반입 중단한 이스라엘 “美와 사전조율”…휴전 위태

2025-03-02 (일) 05:09:59
크게 작게

▶ 미 “네타냐후 결정 지지…하마스, 휴전협상에 무관심”…하마스 강력 반발

▶ 네타냐후 “대이란 과업 끝낼 무기 제공에도 감사” 트럼프에 사의 표명

가자 구호품 반입 중단한 이스라엘 “美와 사전조율”…휴전 위태

네타냐후 [로이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 1일로 설정된 휴전 1단계 시한이 지나서까지 연장에 합의하지 못한 가운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구호품 반입을 중단했다.

이스라엘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사전 조율을 거쳐 구호품 반입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고, 백악관은 이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날 아침을 기해 가자기구에 대한 모든 상품과 보급품의 진입을 차단시킨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이는 합의 1단계가 끝난 상태에서 이스라엘이 동의한 '위트코프 프레임워크'를 하마스가 수용 거부한 데 따른 것"이라면서 "이스라엘은 우리 인질의 석방 없는 휴전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이를 계속 거부한다면 추가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조처는 라마단과 유월절 기간까지 휴전을 연장하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하마스에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이슬람 단식성월 라마단은 3월 29일까지이고 유대교 명절인 유월절은 4월 20일까지다.

이 기간에 휴전을 이어가기로 양측이 합의하면 그날 즉시 하마스가 남은 생존 인질 및 사망자 유해의 절반을 돌려보내고, 이후 영구 종전이 합의되면 나머지 절반을 송환하자는 것이 위트코프 특사가 제안한 계획의 골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 2단계의 구체적 이행 방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당초 6주(42일)간 지속될 예정이었던 1단계 휴전을 50일가량 연장하면서 2단계 논의를 계속하자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내각 회의에서 위트코프 특사의 제안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를 향해 "인질 석방 없이 휴전을 이어가고 1단계 조건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산"이라고 경고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인질 석방을 조건으로 휴전 2단계 등 협상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스라엘은 '공짜 밥은 없다'는 원칙을 지킨다"고 언급했다.

이스라엘 정부 소식통은 가자지구 구호품 반입 중단과 관련해서는 미 ABC 뉴스에 "트럼프 행정부와 조율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관련 결정을 지지한다면서 하마스에 책임을 돌렸다.

브라이언 휴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스라엘은 이번 (트럼프) 행정부 시작부터 하마스 테러범들이 억류 중인 인질의 석방을 위해 성실히 협상해 왔다. 하마스가 더는 협상을 통한 휴전에 관심이 없음을 시사한 만큼 우리는 다음 단계에 대한 그들(이스라엘)의 결정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강하게 반발했다.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인도적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싸구려 협박이자 전쟁범죄이며 합의를 어기고 2단계 협상을 회피하려는 노골적인 시도"라며 "우리는 앞서 합의된 3단계 휴전안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다"고 말했다.

다만, "점령군 포로(이스라엘 인질)를 석방할 유일한 방법은 휴전 합의를 지켜 즉시 2단계 협상에 들어가는 것뿐"이라고 강조해 위트코프 특사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하마스는 또한 미국에 이스라엘에 대한 '편향과 동조'를 멈출 것도 촉구했다.

하젬 카셈 하마스 대변인은 "휴전 협정의 남은 단계가 이행되도록 보장받기 위해 중재국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도 이스라엘과 미국의 움직임을 비판했다.

톰 플레처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 우려스럽다"며 "지난 42일간의 진전을 되돌려서는 안 되며, 휴전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휴전 합의 중재국 중 하나인 이집트의 바드르 압델라티 외무장관은 회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지원을 집단적 처벌이나 기아의 무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이는 국제인도법의 노골적이고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달 19일 휴전에 돌입하면서 1단계 휴전 기간 동안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와 남은 인질 전원 석방을 골자로 하는 휴전 2단계를 협상하기로 했다.

양측은 1단계 마지막 날인 지난 1일까지 휴전 연장에 합의하지 못하며 휴전이 깨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교전이 본격 재개되지는 않았지만,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하눈 지역에서 '다수의 용의자'를 겨냥해 폭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스라엘 병사들과 멀지 않은 장소에 폭발물을 설치하고 있었다고 이스라엘 군당국은 주장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보류됐던 미국산 무기의 이스라엘 인도를 재개한데 대해서도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백악관에서 가졌던 가장 훌륭한 친구"라면서 "그는 (인도가)보류됐던 모든 탄약을 보내줌으로써 '테러의 축' 이란에 대한 과업을 끝낼 도구를 이스라엘에 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