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英 “프와 종전계획 짜 美와 논의할 것… ‘의지의 연합’에 다수 참여 의사”
▶ EU “내주 유럽 재무장 계획 발표”…나토 총장 “여러국가 방위 증액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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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안보 정상 회의 참석한 유럽·캐나다 정상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회담 파행 이후 모인 유럽 정상들이 우크라이나와 유럽 방위 강화에 한목소리를 냈다.
유럽 정상들은 2일(현지시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주재로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열린 비공식 정상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와 유럽 안보 강화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여러 국가가 방위비 증액 계획을 내놓았고, 영국과 프랑스 주도로 우크라이나와 협력해 짜려고 하는 전후 안보 계획에 참여 의사를 표시했다고 참석 정상들은 전했다.
스타머 총리는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날 정상들이 "우크라이나의 협정을 수호하고 평화를 보장할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을 발전시키는 데 나아가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다수 국가가 우리가 개발 중인 계획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국가가 기여할 역량이 있다고 느끼지는 못하나 우리가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의지 있는 국가들이 시급히 계획을 강화할 것"이라며 "영국은 지상군과 공군기로 이를 지지할 준비가 됐다. 유럽이 무거운 짐을 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이날 회의 직전 BBC와 인터뷰에서도 "영국은 프랑스, 그리고 아마도 1∼2개 다른 국가와 함께, 싸움을 멈출 계획에 관해 우크라이나와 협력할 것이며, 그 계획을 미국과 논의하겠다"며 종전 계획을 짜서 미국에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영국과 프랑스가 '의지의 연합'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이는 이라크 전쟁 당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미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한 동맹국들을 가리켜 쓴 표현이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스타머 총리 양옆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리했다. 이들 세 정상은 이날 별도로 회동하기도 했다.
회의에는 마크롱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 등 유럽 주요국 정상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참석했다. 튀르키예에서는 하칸 피단 외무장관이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고성이 오가는 설전을 벌이고 광물 협정 체결이 무산된 이후 사실상 미국을 제외한 EU와 나토가 비상 대책회의를 연 셈이다.
스타머 총리와 트뤼도 총리 등 여러 정상이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포옹하거나 악수하며 대화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상회의 후 영국 왕실 샌드링엄 영지에서 찰스 3세 국왕과 만났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회의장을 빠져나오며 취재진에게 "유럽은 급히 재무장해야 한다"며 오는 6일 EU 정상회의에서 이를 위한 포괄적인 계획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장기간 투자부족 이후 이제는 방위 투자를 강화하는 것이 극히 중요하다"며 "(EU)회원국들이 방위 지출을 급증하려면 재정적 공간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뤼터 사무총장은 회의가 끝난 후 "더 많은 유럽 국가가 방위비를 증액할 계획이다. 이는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투스크 총리도 정상들이 유럽 안보에 대한 책임을 늘리고 나토 내에서 방위 지출을 늘리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스타머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영국의 수출 금융 16억 파운드를 활용해 방공 미사일 5천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회의에 앞서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멜로니 총리를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따로 만났다.
멜로니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서방이 분열하는 위험을 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영국과 이탈리아는 가교 구축이라는 중대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아시다시피 나는 미국과 유럽 정상 간 회의를 제안하고 있다"며 "우리가 분열한다면 우리는 모두 약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머 총리와 멜로니 총리는 백악관 회담 파행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는 등 미국과 유럽 간 중재에 나서고 있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엑스에서 멜로니 총리와도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로 전쟁을 끝낼 공동 행동 계획 개발을 위한 생산적 회의"를 했다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또 이날 알라르 카리스 에스토니아 대통령,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 에비카 실리냐 라트비아 총리와 공동 전화 회의도 열었다.
러시아와 인접한 이들 발트해 국가는 방위 강화를 추진 중이다. 라트비아는 최근 2028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늘리겠다고 밝혔고, 리투아니아는 지난달 2030년까지 GDP의 5∼6%를 쓰겠다고 했다. 에스토니아도 내년 국방비를 GDP의 4%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들 정상은 "유럽이 단합해 유럽의 미래 안보에 필수인 최선의 결과를 보장할 긴급 행동을 추진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영국 총리실은 전했다.
이날 정상회담장 밖에서는 우크라이나인과 지지자 수천 명이 모여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