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태 수습 나선 젤렌스키 “미국 지원 없이는 어려워”

2025-03-01 (토) 09: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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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역사적 유대…진심으로 감사” 장문 성명

▶ “우크라 역경 잊지 말아야” 메시지도…각국 정상 응원에 “감사” 일일이 답글

사태 수습 나선 젤렌스키 “미국 지원 없이는 어려워”

2월28일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충돌하고 있다. [로이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고성과 설전 속에 파국으로 끝난 이후 사태 수습에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상회담 다음 날인 1일(현지시간) 오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장문의 성명에서 "미국의 지원 덕분에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며 먼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의회의 초당적 지지, 그리고 미국 국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미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조한 뒤 "비록 대화가 어려울 때도 있지만 서로의 목표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직하고 직설적이어야 한다"며 전날의 격렬했던 설전에 대해 해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추진 중인 휴전 협상에 대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푸틴은 10년 동안 휴전 약속을 25번이나 깨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광물 협정 서명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것은 안보 보장을 향한 첫 번째 단계가 될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의 지원 없이는 (안보 보장이) 어려울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할 수 없다면, 미국 동맹국들로부터 명확한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미국이 우리 편에서 강력한 입장을 표명하기를 원한다"며 "미국이 푸틴과 대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항상 '힘을 통한 평화'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우리가 함께 푸틴에 맞서 강력한 조처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의 관계가 단순한 정상 간 만남을 넘어서는 깊은 의미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국민과 미국 국민 간에는 역사적이고 견고한 유대가 있다"며 "그래서 나는 항상 우리 국민을 대표해 미국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계속 유지하기를 희망한다고도 밝혔다.

그는 "미국 국민들은 우리 국민을 구하는 데 도움을 줬다. 인간과 인권이 최우선이다. 우리는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미국과 강력한 관계를 원하며, 이를 이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성명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몇 시간 전에 엑스에 올린 글과는 메시지와 태도가 판이하다. 그는 이날 오전 엑스에 게시한 글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역경이 잊히지 않아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의 요구에 귀 닫은 채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일방적으로 추진 중인 종전 협상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전쟁 중이나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우크라이나의 목소리가 들리고 누구도 잊지 않는 것이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우크라이나 국민은 자신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 그들의 요구가 모든 나라와 세계의 모든 구석에서 대변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어조가 다소 누그러진 것은 이 전쟁을 끝내는 데엔 미국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현실적 측면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영국 BBC에 전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했다면서 그에게 "미국, 우크라이나, 유럽이 힘을 합쳐 우크라이나를 영구적인 평화에 이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 및 미 행정부와 관계를 회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고도 덧붙였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막을 수 있는 세력은 미국 외에는 없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과의 협상에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전날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은 두 정상이 공개적으로 격렬한 설전을 벌인 끝에 예정됐던 광물 협정이 무산되는 파국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무례하다", "고마워할 줄 모른다" 등의 비난을 쏟아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도 물러서지 않고 자기 입장을 반복해서 주장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각국 정상과 정치인들은 일제히 젤렌스키를 응원하고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감사를 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엑스에서 각국 지도자들이 보낸 약 30개의 지지 메시지에 개별적으로 "지지해줘서 감사하다"고 답글을 남겼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영국 런던에 도착했다. 그는 이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회동한 후 2일 런던에서 열리는 긴급 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찰스 3세 국왕과도 만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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