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영 정상 우크라 종전 논의
▶ 스타머, 평화유지군 미 지원 희망
▶ 트럼프 “미국·우크라 광물협정이 러시아의 재침공 막을 안전장치”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7일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 중 찰스3세 영국 국왕의 국빈 방문 요청 서한서를 전달받고 있다. [로이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불신하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력으로 우크라이나 안보에 개입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어떻게든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게 트럼프한테는 급선무다. 자국 이권이 우선이고 푸틴에게 호의적인 트럼프가 자칫 불안한 평화를 구실로 침략 행위에 눈감는 ‘부당 거래’ 선례를 남기게 되는 것은 아닌지 스타머는 걱정스럽다.
트럼프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스타머와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및 이후 평화 유지 방안이 핵심 의제였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전쟁은 4년째에 접어들었다.
트럼프의 관심사는 평화 중재 업적과 종전에 수반할 미국의 이익이다. 이날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집단방위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조약 5조를 지지하느냐’는 질의에 “지지한다”고 답변했다. 집단방위는 회원국 중 한 곳이 공격받으면 모든 회원국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대응한다는 뜻이다.
동맹국을 챙기는 데 살뜰하지 않은 트럼프다. 대답은 기꺼이 함께 싸우겠다는 취지가 아니었다. 종전 뒤 유럽 나토 회원국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주둔 평화유지군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는 상황을 가정한 질문이었고, 그는 “우리가 그럴(집단방위에 나설) 이유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우리는 성공적인 평화를 가질 것이고 그것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다만 “그것(평화)이 빨리 일어나지 않으면 아예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종전 협상을 서둘러야 한다고 경고한 것이다. 종전이 성사돼야 우크라이나 광물 채굴이나 대(對)러시아 경제 협력 길이 미국에 열린다.
낙관의 근거는 일단 푸틴에 대한 신뢰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평화 협정이 체결된 뒤 이를 위반할 가능성에 대해 회담 직전 취재진에 “나는 그(푸틴)가 약속을 지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정이다. 우크라이나 광물 절반을 미국에 양도하는 협정이 전후 러시아의 재침공 가능성을 차단하리라는 게 미국 논리다. 트럼프는 회담 모두발언에서 협정에 대해 “우리가 그곳에서 많은 노동자와 함께 희토류를 다루고 있다면 아무도 장난치지 못할 것”이라며 “그것은 (우크라이나 안보를 위한) 안전장치(backstop)”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타머는 생각이 달랐다. 이날 영국이 전후 유럽의 평화유지군 구상에 참여할 방침임을 재확인한 그가 미국에 요구한 것은 우크라이나에 배치될 약 3만 명 규모의 유럽군을 도울 공군력과 정보 등 군사적 안전장치였다. 전날 미국행 전용기 기내에서 언론에 “내가 우려하는 것은 안전장치 없는 정전은 야심이 분명한 그(푸틴)에게 기다렸다가 다시 올 기회를 줄 뿐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던 그는 이날 회담 뒤 “침략자에게 보상하는 평화가 돼서는 안 된다”고 트럼프를 단속하는 데 그쳤다.
미국은 대러 협상이 우선이다. 미국 당국자는 이날 사전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종전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만큼 평화유지군에서 미국이 맡을 역할을 결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서명할 광물 협정(경제 프레임워크 협정)에 미래 전쟁 수행을 위한 자금 지원이 구체적으로 보장되지도 않았다고 미국 행정부 고위 관리는 밝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해 역시 부정적이다. 우크라이나 군사 안보 보장 방안은 철저히 배제한 것이다.
미영 양국 간 기류는 우호적이었다.
스타머는 트럼프에게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국빈 방문 요청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가까운 미래에 방문하겠다. 두 번이나 국빈으로 초청되는 것은 전례가 없다. 내가 아니라 우리나라를 위한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트럼프는 첫 임기 때인 2019년 6월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초청을 받아 영국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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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