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T “막대한 자금 조달·대규모 채용 안해”… “딥시크가 전환점”
인공지능(AI) 기술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성장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 보도했다.
그동안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은 벤처 캐피털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고 빠른 규모 확장을 위해 많은 직원을 고용해 왔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직원 수와 자금 조달 규모는 '더 큰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창업자들 사이에서 명예의 상징과도 같았다.
그러나 지금의 스타트업은 과거 필요했을 자금이나 많은 직원 없이 수익을 창출해 성장하면서 최소한의 직원으로 최대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AI로 직원들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레젠테이션과 웹사이트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 '감마'(Gamma)는 연간 수천만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며, 보유한 사용자도 5천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 스타트업의 직원 수는 28명에 불과하다.
이 스타트업 공동 창업자인 그랜트 리는 "과거였다면 직원이 200명은 됐을 것"이라며 "우리는 기존 방식을 완전히 재설계할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감마'와 같은 '작은 팀'(tiny team)의 성공담은 밈처럼 퍼지고 있다.
AI 코딩 소프트웨어 커서를 만든 '애니스피어'는 20명으로 연간 1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고, AI 음성 스타트업 일레븐랩은 50명으로 비슷한 성과를 창출한다.
계속해서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AI 사용으로 특정 규모가 되면 더 이상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지 않는 것도 스타트업의 변화된 방식이다.
이런 AI 기반 효율성은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크게 낮은 비용으로 AI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강화됐다고 NYT는 짚었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기반의 딥시크 등장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새로운 제품을 구축하는 스타트업의 폭발적인 증가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어포어 캐피털 투자자 가우라브 제인은 "딥시크는 전환점"이라며 "컴퓨팅 비용은 매우 빠르게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AI 스타트업의 등장을 아마존이 저렴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후 2000년대 후반에 등장한 스타트업의 물결에 비유했다.
당시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회사 설립과 운영 등에 필요한 비용을 낮추면서 새로운 스타트업이 급증했다.
그는 "AI 열풍 이전에는 100만 달러의 수익을 내기 위해 스타트업이 100만 달러를 사용해야 했지만, 이제 그 비용은 10분의 1로 줄어들 수 있다"고 낙관했다.
스타트업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수익을 내는 것은 AI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 캐피털로서는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스타트업을 추적하는 피치북에 따르면 미 벤처 캐피털은 지난해 AI 스타트업에 전체 46%에 달하는 97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처럼 벤처 캐피털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데 투자할 스타트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AI 기반 효율성이 더 많은 스타트업이 나오도록 자극해 투자 기회가 늘어나고, 스타트업이 특정 규모에 이르면 대규모 팀과 큰돈이라는 과거 모델을 채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NYT는 다만, 많은 창업자는 기존 스타트업 모델이 가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며 많은 스타트업이 대규모 채용에 따른 큰 비용과 지원 인력 및 대형 사무실 비용 등으로 자금 조달을 반복하다 결국 폐업하거나 인수됐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