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일·유럽 업체 충격
▶ 현대차·기아 비중 65%
▶ 신차가격 16%까지 상승
▶ 소비자 물가도 악영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 부과 방침을 재확인하고 관세율이 25%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현대차·폭스바겐 등 아시아와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자동차 관세 수준에 대해 “4월 2일에 이야기할 텐데 25% 정도 될 것”이라면서 반도체·의약품에 대해서도 “25% 이상이 될 것이다. 관세는 1년에 걸쳐 훨씬 더 인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25%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바 있는데,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분야에도 비슷한 관세율을 적용하며 ‘관세전쟁 전선’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연방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자동차(승용차·경량트럭) 수입은 전체 판매량의 절반가량인 약 800만대로, 액수로는 2,435억달러에 이른다. 국가별 대미 수출은 한국(154만대)이 멕시코(296만대)에 이어 2위이고, 일본(138만대)·캐나다(107만대)가 뒤를 이었다.
컨설팅업체 글로벌데이터 자료를 보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차량 가운데 국가별 수입 비중을 보면 멕시코(16.2%)·한국(8.6%)·일본(8.2%)·캐나다(7.2%) 등의 순이다. 미국산 비중은 53.4%였다.
제조사별 미국 판매량 가운데 수입 비중이 가장 많은 기업은 폭스바겐(80%)이었고, 현대차·기아(65%), 메르세데스-벤츠(63%)가 2·3위였다.
지난해 한국 제조사별 대미 수출을 보면 현대차(62만9,000여대)가 가장 많고 제너럴모터스(GM·40만7,000여대)·기아(33만5,000여대) 등의 순이었다. 한국GM은 뷰익 앙코르 GX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로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만큼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월스트릿저널(WSJ)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자동차·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모든 국가에 적용할지,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고 짚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 따라 멕시코 등에서 생산된 차량이 예외를 인정받을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캐나다에 전면적으로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가 다음 달 4일까지 한 달간 유예한 상태다.
자동차 업계 단체인 ‘미국자동차정책위원회(AAPC)는 북미에서 USMCA에 따라 만들어지는 차량은 이번 관세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WSJ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지난달 30일 멕시코·캐나다 관세 부과와 관련해 자동차 부문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에게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관세를 급격히 올릴 경우 소비자 판매가가 오르고 업계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등 광범위한 여파를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수입차 가격 상승이 전체 자동차 가격뿐만 아니라 미국의 전반적 물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18일 경제지 포천은 수입차 가격이 오르면 미국 제조사들 역시 경쟁사 가격에 맞춰 소비자가격을 올린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매체 콕스오토모티브는 지난 4일 분석에서 수입 자동차 상당수가 캐나다·멕시코 국경을 넘어온다고 지적하면서 트럼프가 양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상품에 25%의 관세를 추가한다면 미국 내 신차 가격이 평균적으로 5,855달러, 16.6%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유럽연합(EU) 등 무역 상대국들은 보복 관세로 대응하겠다면서도 미국과의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대미 자동차 관세 축소에 동의했다고 했지만, EU 측은 이를 부인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