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 사이 15.2% 급등
▶ 1년 전 대비 53% 비싸
▶ 관련 공무원들은 해고
▶ ‘부랴부랴’ 대응 마련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 등으로 인한 공급 급감에 계란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에그플레이션’(eggflation·계란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우려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17일 AP통신과 연방 노동부 등에 따르면 12개들이 계란의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1월 4.95달러로 전월 대비 15.2% 급등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53% 올랐다. 지난해 8월 최저가였던 2.04달러보다 약 2.5배 오른 가격이다.
또한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으로 계란값이 치솟았던 지난 2023년 1월의 4.82달러도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 기록도 경신했다.
그러나 남가주 등 많은 지역에서는 소비자들이 실제 부담하는 계란 값이 10달러를 훌쩍 넘었고 유기농 및 방목(Free Range) 사육 계란과 같은 특수 계란은 더 비싸다.
계란 가격 급등은 2015년 미국에서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로, 지난달 식품 가격 상승의 약 3분의 2를 차지했다.
또한 단기간 내에 계란값이 내려가긴 어려울 전망이어서 소비자들의 재정 부담을 가중될 전망이다. 통상 계란값은 부활절을 앞두고 수요가 급증하면서 더 오르는 경향이 있다. 연방 농무부(USDA)는 지난달 올해 계란 가격이 20%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계란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미국에서 확산 중인 조류 인플루엔자와 이에 따른 대규모 살처분 조치가 지목되고 있다. 한 농장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면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가금류 전체가 살처분된다. 대형 농장은 수백만 마리의 닭을 사육하고 있어, 대형 농장 한 곳에서만 조류 인플루엔자이 발생해도 공급이 큰 타격을 받는다.
월스트릿저널(WSJ)에 따르면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발한 2022년 이후 전국적으로 약 1억5,800만 마리의 닭과 오리 등 가금류가 살처분 됐다. 지난달에만 2,300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 됐으며, 그 전달에도 1,800만 마리가 폐사했다. 살처분된 조류 중 대부분이 알을 낳는 산란계였다. 산란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어서 계란 공급 급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계란값 상승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들도 있다. 계란 농가들은 사료비·연료비·인건비 상승 압박에다, 조류 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한 방역에도 상당한 비용을 들이고 있다. 농장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 폐사 처리, 시설 소독부터 닭을 다시 사육하고 산란하기까지 여러 달이 걸리는 점도 공급난을 악화시키고 있다.
현재 10개 주에서는 방사형(Cage Free) 사육 계란만 판매하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계란 공급은 가주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어, 방사형 사육 농장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할 경우 가격 변동성이 더욱 커진다.
실제 최근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주요 농장 대부분은 캘리포니아의 방사형 사육 농장이었다. 방사형 사육 계란 의무화 법안이 이미 시행된 주로는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매사추세츠, 네바다, 워싱턴, 오리건, 콜로라도, 미시간 등이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6일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브룩 롤린스 농무부 장관과 함께 내주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류 인플루엔자 대응 계획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정부 구조조정 차원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대응 인력까지 해고하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16일 정치매체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연방 농무부 산하 국립동물보건연구소네트워크 프로그램 사무국의 직원 25%가 트럼프 행정부의 공무원 대규모 감축 대상에 포함돼 해고됐다. 이 사무소는 조류 인플루엔자에 대응하는 전국 58개 연구소의 업무를 조정하며, 직원은 14명에 불과하지만 동물 질병 확산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계란 가격 급등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며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연방 노동부는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에너지 및 식품 가격 상승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다시 올라선 것은 지난해 6월(3.0%)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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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