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참전한 55조 시장… 한국, 로봇 상용화 ‘고삐’
2025-02-18 (화) 12:00:00
서울경제=김기혁 기자
▶ ‘K휴머노이드 연합’ 발족 추진
▶ HW·SW 선도기술에 자본력 필수
▶ 테슬라 필두 엔비디아·메타 참전
▶ 중국은 2,000만원대 G1 예판 매진
▶ 삼성·현대차 M&A로 추격 모색
“미국과 중국은 수년 전 일찍이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의 걸림돌이 됐던 기술의 장벽을 뛰어넘었지만 한국은 아직 멀었습니다. 국내 로봇 업계에서는 중국산 부품을 쓰지 않으면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앞당기기 어렵다는 비관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이찬 영남대 로봇공학과 교수)
민관 합동의 ‘휴머노이드 로봇 얼라이언스’ 결성이 추진되는 것은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상당히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로봇 기술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모두 선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야 양산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
국내 로봇 업계에서 위기감이 더욱 커지는 것은 미국 빅테크 기업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앞세워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상용화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테슬라는 올해 말까지 자체 개발한 ‘옵티머스’ 1,000대를 자사 공장에 투입하고 내년부터는 외부 판매에도 나설 예정이다. 또한 오픈AI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피규어AI는 2029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10만 대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피규어AI 로봇이 BMW 공장에서 부품을 옮겨 조립하는 업무에 투입된 상태다. 중국에서는 최근 유니트리가 휴머노이드 로봇 ‘G1’과 ‘H1’의 예약 판매를 진행한 결과 바로 매진됐다. G1은 판매가가 9만9,000위안(약 2,000만 원)에 불과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더 나아가 올해 들어 다른 빅테크 업체들도 일제히 주력 신사업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천명하며 막대한 투자를 예고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에서 로봇이 인간과 같은 수준의 지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코스모스’를 공개했다. 전 세계 로봇 회사들이 엔비디아 기술을 활용해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엔비디아가 로봇 생태계에서 소프트웨어를 장악하겠다는 전략을 본격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점차 생산 비용이 낮아지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제조·물류 분야를 시작으로 헬스케어·서비스 산업 등에 빠르게 도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30년 기준 전 세계에 휴머노이드 로봇은 4만 대가 보급될 것으로 전망됐다. 보급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2040년 800만 대, 2050년 6,300만 대로 규모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은 뒤늦게 미국과 중국 추격에 나섰다. 대기업이 로봇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고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하지만 실제 상용화까지는 △AI 고도화 △모듈 경량화 △구동 기술 혁신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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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김기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