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상호관세’ 행정명령
▶ 공정위, 온라인 시장 지배적 업체
▶ 4대 반경쟁행위 규제 입법 추진
▶ 애플·구글 등 포함 땐 마찰 소지
▶ 공정위 “국적 차별 없다” 강조 속 국내업체는 “역차별 가능성 우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상대국 관세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해 상호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조치를 실행에 옮기면서 우리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미국 빅테크 기업도 제재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어서 상호관세를 부과할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서명한 ‘상호 무역과 관세’ 대통령 각서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와 동향을 공유하며 입법 논의 대응 방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이 각서는 ‘교역 상대국 관세는 물론 비관세 장벽·조치, 미국 기업 시장 진출을 막는 부당하거나 유해한 정책·관행 등을 검토해 그에 맞는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수립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통상·경쟁법 전문가들은 미국이 공정위와 국회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문제 삼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공정위가 마련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중개·검색엔진·사회관계망서비스(SNS)·동영상·운영체제·광고 등 6개 분야에서 시장 영향력이 압도적인 지배적 플랫폼의 ‘4대 반경쟁행위’(자사 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 제한·최혜대우 요구) 금지를 골자로 한다.
앞서 지배적 플랫폼 특정 관련 사전 지정제를 고려했으나, 업계 반발에 법 위반 행위가 발생한 뒤 사후 추정하는 방식으로 강도를 낮췄다. 다만 4대 반경쟁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되면 바로 제재 대상이 되며, 경쟁 제한성 등 입증은 플랫폼 사업자가 해야 한다. 적발 시 과징금은 현행법상 한인 관련 매출액의 6%보다 높은 8%를 적용했다.
미국이 문제 삼을 수 있는 부분은 지배적 플랫폼에 애플·구글·메타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기업도 해당되지만, 중국 기업은 제재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데도 미국의 방점이 찍힌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미국 경제를 견인하는 첨단기술업에서도 기둥인 빅테크 경쟁력은 압도적인 리더십 유지에 필수적”이라며 “치고 올라오는 중국에 대한 견제 의도도 주요할 것”이라고 봤다.
정부는 미국 기업 차별 규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어느 국가 기업이든 동일한 원칙과 기준이 적용되는 법안”이라며 “기존 공정거래법 조항을 효과적으로 강화하는 차원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위 안을 그대로 입법해도 비관세 장벽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진단했다.
공정위 안은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로 국회 계류돼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제를 포함한 신법 제정을 주장해왔지만, 국회 역시 미국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 지명자도 앞서 인사청문회에서 한국 등의 플랫폼 규제 동향을 겨냥해 “용납할 수 없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사정권에 있는 국내 기업들은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 그동안은 “이용자 수, 매출액 등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해외 사업자 대비 국내 사업자에 규제가 편중되는 역차별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로 플랫폼 제정을 반대해왔다. 지금은 정부가 마찰을 피하려 미국 기업엔 약한 규제를 적용하는 대신, 한국 기업은 더 엄격하고 광범위하게 규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미국 요구대로 플랫폼 규제법 논의를 중단하고 글로벌 기업과 똑같은 영역에서 뛰는 국내 기업만 국내법을 근거로 제재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서 구글의 앱마켓에서의 원스토어 경쟁 저해 등을 제재한 바 있고,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의혹도 조사 중”이라며 “국적 차별 없이 일관된 법 집행을 해왔고 향후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세종= 이유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