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韓, 교육청 조사·집중 관리 5시간 뒤 범행…그날 학교선 무슨일이

2025-02-12 (수) 09: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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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감 옆자리 배치…가해 교사 “교무실 싫어 시청각실(범행장소) 문 열어”

韓, 교육청 조사·집중 관리 5시간 뒤 범행…그날 학교선 무슨일이

(대전=연합뉴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에게 살해된 김하늘 양의 빈소에 생전 환하게 웃고 있는 김 양의 영정 사진이 올려져 있는 모습. 2025.2.12

대전 서구 모 초등학교서 8살 김하늘(1학년생) 양을 무참히 살해한 40대 여교사는 범행 당일인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직접 외부로 나가 흉기를 사고, 돌봄 교실을 나오는 마지막 학생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그동안 경찰 조사 결과를 보면 이 여교사는 특정인에 대해 원한을 가졌다기보다는 불특정한 누군가를 범행 대상으로 삼을 만큼 심리 상태가 불안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이 여교사가 왜 하늘 양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는지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범행 당일의 상황이 여교사에게 일정 수준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그날 해당 학교에선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관심이 모인다.


12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산하 서부지원청은 사건 당일인 10일 오전 해당 학교에 나가 현장 조사를 벌였다.

앞서 범행 닷새 전인 5일에는 시스템 접속이 잘 안된다는 이유로 학교 컴퓨터를 파손했고, 6일에는 불 꺼진 교실에 있는 자신에게 말을 건 교사의 팔을 꺾고 헤드록을 거는 등 난동을 부린 것과 관련해 진상조사와 대응책을 마련하는 차원이었다.

학교와 교육청 측은 이날 여교사를 동료 교사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리를 교감 옆자리로 변경해 근무하도록 했다.

폭력 성향을 보인 여교사가 정신적 불안 등 이상행동을 보여 집중관리 차원에 내린 결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청의 현장 조사 이후 그날 정오께부터 분리 조처된 이후 여교사는 점심시간에 외부로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 상급자에게 별도의 외출 허가를 받진 않았다.

이때 학교 주변 마트에 도착해서 흉기를 구입했는데, CCTV에는 오후 1시 29분에 마트 앞에 도착한 것으로 찍혔다.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한 여교사는 7분여 뒤인 오후 1시 36분께 학교로 돌아갔다.


학교로 돌아온 여교사는 흉기를 숨긴 채 교감 등과 함께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은 별일 없이 마무리됐지만, 교감 옆자리로 옮겨진 여교사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경찰 진술에서 "3층 교무실에 있기 싫어서 시청각실 문을 열었다"고 진술했다.

시청각실 문을 열어 두고 바로 옆 돌봄 수업을 마치는 누군가를 범행 대상으로 지목했다.

오후 4시 30분께 돌봄 수업을 마친 김하늘 양은 미술학원에 가기 위해 교실 문을 나왔다.

당시 돌봄 교사가 동행하진 않고 하늘 양 혼자였다. 1층에서 미술학원 관계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돌봄교실 인근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던 여교사 눈에 하늘이가 들어왔다. 처음부터 하늘이를 범행 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아니고 맨 마지막에 나오는 누군가를 잡고 같이 죽으려 했다는 것이 여교사의 진술이다.

하늘이를 살해한 범행 시각은 오후 4시 30분부터 하늘이 어머니가 실종신고를 한 오후 5시 15분 사이에 벌어졌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한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여교사는 여러 이상행동, 폭력 성향을 보여왔다.

집중 관리를 하기 위해 교감 옆자리로 옮겼지만, 무단 외출하고 자리를 이탈한 후 범행 장소인 시청각실에 머무는 동안 누구 하나 제지하지 않았다.

대전시 교육 당국은 해당 교사에 대한 위험 징후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수사에 나선 대전서부경찰서는 이날 여교사의 주거지, 차량 블랙박스에서 확보한 자료와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범행 당일 여교사의 자세한 행적, 심리 상태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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