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월권·이해충돌 논란에 직접나선 머스크 “매일 항문검사 받는듯”

2025-02-11 (화) 05: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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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집무실서 공직활동 후 첫 언론 대면… “투명한 활동” 강조

▶ “내가 말하는 것 일부는 수정돼야” 오류 인정… “거의 매일 트럼프에 보고”

월권·이해충돌 논란에 직접나선 머스크 “매일 항문검사 받는듯”

11일 백악관 트럼프 대통령 집무실에 아들과 함께 나타난 일론 머스크[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연방정부 자문기구인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연방 정부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휘두르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처음으로 기자들 앞에서 자신의 역할을 적극 해명하며 DOGE를 둘러싼 월권·이해충돌 논란에 맞섰다.

머스크 CEO는 11일 오후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앉은 '결단의 책상' 옆에 서서 약 30분간 기자들에게 DOGE와 자신의 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머스크가 트럼프 정부에서 활동을 시작한 뒤 공식적으로 언론과 대면해 질문을 받고 응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머스크가 이렇게 이례적으로 언론 앞에 나선 것은 정부 내 DOGE와 자신의 역할을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제기되자 이를 정면 돌파하려는 시도로 해석됐다.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DOGE 직원들은 여러 연방 기관에 파견돼 과도한 지출이 있는지 검토하고 해당 조직의 과감한 인력감축을 모색해 왔다.

하지만 DOGE 직원들이 재무부 결제시스템 접근 권한을 얻어 정부 지출 내용을 낱낱이 살펴보고, 인사관리처(OPM)의 연방 공무원 개인정보와 교육부의 학자금 지원 대상 학생·가족의 개인정보 등을 들여다보게 되자 이에 대한 월권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소속 13개주 법무장관들은 DOGE 직원들의 연방 시스템 접근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은 DOGE 활동을 포함해 트럼프 정부의 불법 행위와 권력 남용을 목격할 경우 제보하라고 독려하는 사이트를 민주당 상원 홈페이지에 개설했다.

아울러 스페이스X 등 머스크가 경영하는 회사들이 연방 정부에서 거액의 계약을 수주한 가운데 머스크의 DOGE 활동이 이해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민주당 소속 마크 포칸(워싱턴) 하원의원은 머스크 같은 특수직 공무원의 연방 정부 계약 수주를 금지하는 이른바 '일론 머스크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연방 공무원들을 대표하는 노동자 단체는 DOGE 주요 간부들이 있는 OPM 청사 앞에서 머스크와 DOGE를 반대하는 시위를 연일 벌이고 있다.


이런 반발을 의식한 듯 머스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DOGE 활동이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자신의 이해관계가 개입될 여지가 없고 국민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해충돌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DOGE의 모든 행동은 완전히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며 "투명성이 신뢰를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대중이 자신의 잠재적인 이해 충돌에 대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면서 자신에 대한 그런 날카로운 시선이 "매일 항문 검사를 받는 것과 같다"고 농담조로 비유했다.

또 재무부 결제 시스템 접근의 월권 논란에 대해서는 "가혹하거나 급진적인 조치가 아니다"라면서 "이 조치가 각 지출 항목을 살펴보고, 이것이 실제로 국민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는지를 묻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그는 거의 매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대통령에게 가부를 확인한다면서 "일련의 확인 절차가 마련돼 있어서 우리가 마음대로 일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DOGE와 관련된 자신 및 직원들의 모든 활동이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이나 조율 하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역설한 것이다.

한편 지난달 백악관 대변인이 전 바이든 행정부가 가자 지구에 5천만달러 상당의 콘돔을 보냈다는 허위 내용을 언급한 뒤 머스크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를 확산한 것을 기자가 지적하자 머스크는 오류를 인정하면서 "내가 말하는 것들 중 일부는 틀릴 수 있고, 수정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은색 마가(MAGA·트럼프의 선거 구호) 모자를 쓴 머스크는 이날 자신의 5살 아들인 '엑스 애시 에이 트웰브'(X Æ A-Xii)를 데려와 자신의 앞에 세워두고 발언을 시작해 눈길을 끌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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