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중취재] 자바시장 현주소 (하) - “품질·디자인 경쟁력 강화… 새 판로 개척이 살 길”

2025-02-07 (금) 12:00:00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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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업체들 위기 이렇게 극복한다

▶ 중국발 초저가 온라인 샤핑몰 공습 대처
▶ 의류협회 “직판 루트 등 변화 추구해야”

[집중취재] 자바시장 현주소 (하) - “품질·디자인 경쟁력 강화… 새 판로 개척이 살 길”

6일 LA 다운타운 샌피드로 홀세일 마트 내 한 한인 의류업체 매장에서 고객들이 샤핑을 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LA 한인 경제와 밀접한 다운타운‘패션 디스트릭트’, 일명 자바시장이 계속되는 불경기와 중국과의 관세 전쟁, 이민 단속 등 3중고 속 거센 위기의 파도를 맞고 있는 가운데, 한인 업체들은 품질과 디자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며 생존을 위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 시장을 잠식한 중국발 저가 온라인 쇼핑몰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인 업계는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기대하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만들어가는 한인 자바업계의 대응과 가능성을 살펴본다.

최근 몇 년 사이 테무(Temu)나 쉬인(Shein) 등 중국발 초저가 온라인 샤핑몰의 미국 내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면서 한인 도·소매 업체들의 매출 감소가 심화되고 있다.

자바에서 생산된 저가 의류의 소비층들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이들 플랫폼으로 쏠리면서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저가 라인 의류를 생산하는 업체의 B대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기 있었던 ‘패션노바(Fashion Nova)’ 같은 브랜드조차 주춤하는 걸 보면 시장이 얼마나 위축됐는지 알 수 있다”며 “게다가 최근에는 LA 산불과 이민 단속 등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소비가 줄어든 것도 매출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서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최근 일어난 변화들이 한인 자바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800달러 이하 개인 수입 물품에 적용됐던 면세 혜택이 폐지되면서, 쉬인과 테무 같은 중국 온라인 쇼핑몰들이 가격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B대표는 “중국 온라인 샤핑몰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지면, 그동안 위축됐던 미국 내 소매업체들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우리와 같은 도매업체들도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러한 변화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인의류협회 브라이언 이 회장은 “생산만 하던 업체들이 아마존이나 월마트 같은 대형 플랫폼이나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판로를 확장하고 있다”며 “직접 판매를 하면 중간 유통 단계를 없앨 수 있어, 마진이 고스란히 업체에게 돌아가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소매업체를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 방식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 내에서 생산을 진행하는 업체들도 고무적이다. 국내에서 의류를 생산하는 L대표는 “중국산 원단보다 품질이 우수한 한국산 원단을 사용해 미국에서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 정책에 힘입어 미국 내 제조업이 활성화된다면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지 않을까 생각 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회장은 “팬데믹 후 은퇴할 업주들은 은퇴하고, 문을 닫을 업체들도 이미 대부분 정리됐다”며 “결국 도태될 곳은 사라지고, 경쟁력을 갖춘 일부 업체들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변화에 적응하고 경쟁력을 강화한 업체들은 살아남을 것”이라며 “일부 업체들은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거나, 자금력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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