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부 “그곳은 우리 땅, 미국에서 무단 점령”…대통령 “미 신정부 잔혹 행위”
쿠바 정부가 테러용의자에 대한 초법적 구금과 고문을 비롯한 인권침해로 악명 높았던 관타나모 수용 시설에 불법 이민자를 수감하겠다고 밝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31일 쿠바 관영매체 그란마에 따르면 쿠바 외교부는 성명을 내 "건설과 서비스 등 미국 경제의 다양한 부문에서 노동력을 제공해 온 이들이 적대감에 찬 미국의 외교 정책에 의해 강제로 이동될 처지에 놓였다"며 "우리는 이 결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쿠바 정부는 "그들을 가두기 위해 제안된 지역은 미국 땅이 아닌 쿠바 영토"라며 "미국에서 무단으로 점령하고 있는 군사 시설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은 적 없는 사람들이 수십년간 구금돼 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체포한 불법 체류 외국인을 관타나모에 수용하는 것을 준비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관타나모에는 미국 국민을 위협하는 최악의 범죄자인 불법 외국인을 구금할 수 있는 3만 개의 침상이 있다"고 말했다.
쿠바와의 조약을 통해 미국에서 영구 임대한 관타나모만의 미 해군기지에는 테러용의자 구금·수용 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관타나모 수용 시설은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테러와의 전쟁'에 나선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만들었다
한때 780명 이상이 수감돼 있었는데, 미 당국에서 기소 절차도 진행하지 않은 채 용의자를 장기간 가둬두거나 물고문을 자행하는 등 인권 침해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미 국방부는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혀 있던 예멘 국적자 11명을 중동 내 우방국인 오만으로 이송했다면서, 관타나모 수용소에 남은 수감자 수를 15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별도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불법 점령지인 관타나모에 이민자를 보내는 건 미국 신정부의 잔혹한 행위"라고 성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