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U, ‘안보 비용 부담’ 트럼프 압박 속 내주 첫 국방정상회의

2025-01-31 (금) 09:5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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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금조달 방안, 나토 협력 논의…브렉시트 뒤 첫 영국 초청

▶ 그린란드 현안 거론 여부 주목…상임의장 “덴마크 전적 지지”

유럽연합(EU) 27개국이 내달 3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일명 '국방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31일 EU에 따르면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주재로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이 회의는 자유로운 토론과 의견교환을 뜻하는 '비공식 리트리트'(Informal retreat) 형식으로 진행된다.

EU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EU 차원에서 국방에 초점을 맞춘 정상회의를 여는 건 처음"이라며 유럽 방위력 증강에 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논의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회의 결과가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3월께 발표할 국방백서에도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EU가 자체 군사력이 없는 경제 공동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특히 방위력 강화에 필요한 자금조달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EU 27개국 중 23개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나토 유럽 회원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를 주장하면서 방위비 지출 수준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늘려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회의에 앞서 27개국에 보낸 서한에서 "무기 재고 비축과 준비태세 격상, 유럽 방산 기반 강화를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의에 앞서 이날 독일과 프랑스 등 EU 19개국 정상은 유럽투자은행(EIB)에 보낸 공개 서한에서 '방위 프로젝트 채권' 발행 검토를 비롯한 유럽 방위산업에 대한 금융 지원 확대를 촉구하기도 했다.

EIB는 현재 방산업체의 무기 혹은 탄약 생산에 대한 대출 실행이 불가능하다.

서한 작성을 주도한 핀란드의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핀란드 입장에서는 (EIB의) 금융 지원이 탄약 생산에 직접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회의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초청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영국 정상이 EU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EU 당국자는 짚었다. 영국은 독일, 프랑스와 함께 나토의 유럽 핵심 회원국이다.

EU 정상들은 스타머 총리와 업무 만찬에서 양측간 안보 부문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도 이번 회의에 참석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비롯한 당면 현안, EU-나토 협력 확대에 관한 의견을 교환한다고 EU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편입 의사를 노골화한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관한 EU 공통 입장과 대응 방안이 거론될지도 주목된다.

EU 당국자는 관련 질의에 "덴마크 총리를 대변하는 입장이 아니어서 앞서나가고 싶지는 않지만 총리가 이 현안을 제기하고 싶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이날 공개된 유로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린란드와 관련해 "덴마크의 영토 보전과 주권, 국경의 안정은 우리에게 분명 중요한 이슈"라며 덴마크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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