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가 수장 된 반군 수장

2025-01-3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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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아 임시 대통령에 알샤라
▶ ‘13년간 내전’ 종식 7주 만에 지명

▶ 과거 알카에다 활동, 美에 체포도
▶ “3월까지 정권 인수” 방법은 미궁

시리아 반군을 이끈 이슬람 무장단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 수장 출신 아메드 알샤라(옛 가명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가 시리아 과도정부의 임시 대통령으로 지명됐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고 ‘13년 내전’을 종식시킨 지 7주 만이다.

29일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 등에 따르면 하산 압둘 가니 시리아 군사작전사령부(MOC)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의 지도자 아메드 알샤라가 과도기 시리아 대통령직을 맡는다”며 “알샤라가 (임시) 대통령이 되면 각종 국제 무대 등 외교 현장에서 시리아 대표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아 반군 세력 지도자들로 구성된 과도정부는 이날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시리아 혁명 승리 선언 회의’를 열고 알샤라 대통령 추대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샤라는 2003년 이라크 전쟁 때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에 합류, 2006년 미군에 붙잡혀 5년간 투옥된 적이 있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당시에는 시리아 내에 알카에다 연계 조직인 ‘알누스라 전선’을 창설했다. 이후 2016년 알카에다와 결별, 이듬해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州)에서 HTS를 결성했다.


압둘 가니 대변인은 “이전 정권(알아사드 정권)의 의회·군대·경찰·보안 기관을 해체하겠다”며 “새 헌법이 승인될 때까지 임시 입법 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13년간의 내전에서 알아사드에 맞섰던 모든 반군 집단은 해산돼 국가 기관으로 편입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도정부는 3월까지 정권 인수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시리아 반군은 지난달 10일 HTS의 행정 조직 시리아구원정부(SSG) 수반인 무함마드 알바시르를 과도정부 임시 총리로 추대했다.

다만 권력 이양 방법은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알샤라는 지난달 29일 “새 정부 수립을 위한 선거를 치르기까지 4년가량 걸리고, 새 헌법 초안을 완성하기까지 최대 3년이 걸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국가대화회의’를 열어 국제 테러 단체로 지정돼 있는 HTS를 해체하고 시리아를 정상국가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이후 알샤라는 국가대화회의를 거듭 연기하면서 개인적으로 비공식 회의만 가졌다고 영국 가디언은 지적했다.

특히나 무장 세력 해체는 시리아에서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다. 가디언은 “과도정부는 HTS 등 주요 반군을 국방부 산하로 통합하기로 결정했지만, 튀르키예 정부가 지원하는 시리아국민군(SNA)만 해도 HTS의 일반 병력만큼 규율이 없고 이념도 더 급진적인 탓에 (이들을 흡수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리아 과도정부와 서방 국가 간 유화 분위기는 한층 무르익고 있다. 최근 미국은 알샤라에게 걸었던 현상금 1,000만 달러(약 144억 원)를 해제했고, 지난 3일에는 독일과 프랑스 외무장관이 나란히 시리아를 방문했다. 유럽연합(EU)은 27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EU의 시리아 제재 완화를 위한 로드맵’에 합의했다.

반면 시리아 과도정부와 러시아의 관계는 여전히 냉랭하다. 러시아가 줄곧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왔기 때문이다. 사나통신에 따르면 시리아 과도정부는 전날 알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처음으로 시리아를 방문한 러시아 외무부 대표단에 피해 배상금과 알아사드 신병 인도 등을 요구했다. 알아사드는 지난달 8일 러시아로 망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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