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 자치정부, 하마스, 요르단 등 일제히 반발… “전쟁범죄 조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가자지구 주민을 인근 아랍권 국가가 데려가길 바란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이스라엘에선 환영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반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크게 반발했다.
26일(현지시간)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극우 성향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지난 76년간 가자지구 인구 대부분이 이스라엘 국가를 파괴하려는 뜻을 품고 혹독한 환경에서 지내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새롭고 더 나은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다른 터전을 찾도록 돕자는 것은 훌륭한 견해"라며 "신속하게 이것(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시행에 옮기는 운영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총리, 내각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영토를 쪼개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하는 것은 비현실적 해결책"이라며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두 국가 해법'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유대의힘' 당 대표도 엑스(X·옛 트위터)에 "가자 주민을 요르단과 이집트로 이주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상을 높이 평가한다"고 썼다.
그는 "이스라엘은 세계 최강국 대통령 트럼프가 내놓은 방안을 당장 시행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당장 자발적 이민을 장려하라"고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측은 강력히 반발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은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에서 우리 주민을 이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그 어떤 계획도 강력히 거부하고 규탄한다"고 밝혔다.
아바스 수반은 "팔레스타인인은 자신의 땅과 성지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 정치국 관리 바셈 나임은 이날 AFP 통신에 "우리를 이주시키고 또 다른 고향을 만들어주겠다는 그들의 계획은 수십년간 좌초됐다"며 "우리는 이번에도 이를 좌초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 연계 무장조직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는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해 "개탄스럽다"며 "우리의 땅을 떠나도록 강요하는 이런 제안은 전쟁범죄와 반인륜범죄를 조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가자 주민의 '이주 지역'으로 지목된 요르단, 이집트 등 인접국에서도 반발이 터져 나왔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를 거부한다는 우리의 입장은 확고하고 불변"이라며 "요르단은 요르단인을 위한 것이고,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인을 위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과거 이집트도 팔레스타인계 주민을 자국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반대한다는 명확한 입장을 거듭해 밝힌 바 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통화하며 가자지구 주민의 아랍국 이주를 제안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가) 거의 모든 게 무너졌고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차라리 일부 아랍 국가와 협력해 그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다른 곳에 주택을 짓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집트, 요르단이 사람들을 데려갔으면 한다"며 "모든 것을 '깨끗이 청소'(clean out)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자지구 주민을 요르단·이집트 등 인근 아랍권 국가로 이주시키자는 구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주권 국가로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온 미국 행정부의 기존 입장과는 다른 방향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