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가기도회서 트럼프에 일침 가한 성공회 주교

2025-01-23 (목) 07: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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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 DC 국가기도회서 “이민자에 자비를” 설교

▶ 트럼프 “급진좌파” 비난

국가기도회서 트럼프에 일침 가한 성공회 주교

지난 21일 열린 국가기도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침을 가한 마리앤 버드 성공회 워싱턴 교구 주교.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행사의 마지막으로 지난 21일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국가기도회’(A Service of Prayer for the Nation)에서 설교를 맡은 마리앤 버드 성공회 워싱턴 교구 주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침을 가한 내용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민자와 소수계에 자비를 베풀라는 내용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후 이에 발끈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다음날인 21일 오전 워싱턴 DC의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기도회에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자리했다. 종교 초월 행사로 진행된 이날 기도회에는 J.D. 밴스 부통령 부부와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마이크 존슨 연방하원의장 등도 함께했다.

워싱턴 국립대성당은 “종교와 교파를 초월한 파트너들이 모여 민주주의에 대한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앞으로 다가올 해에 신의 인도를 구할 것”이라고 행사의 목적을 설명했다. 이 기도회는 1933년 시작된 전통적인 미국 대통령 취임 행사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도회에 참석함으로써 공식 취임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날 기도회에서 설교를 맡은 마리앤 버드 성공회 워싱턴 교구 주교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님 마지막 한 가지 부탁을 드리겠다. 수백만 명의 국민이 당신을 신뢰하고 있고, 어제 당신인 말한 것처럼 당신은 사랑의 하나님의 섭리적 손길을 느끼고 있다”며 “주님의 이름으로, 우리나라의 두려움에 떠는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공화당, 무소속 가정에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자녀가 있고, 일부는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버드 주교는 또 “우리의 상품을 고르고 사무실을 청소하고 가금류 농장에서 일하고 식당에서 설거지하고 병원에서 야간근무를 하는 사람들, 그들은 미국 시민이 아니거나 적절한 서류를 갖고 있지 않을 수 있지만, 대다수의 이민자는 범죄자가 아니다”라며 “그들은 세금을 내며, 좋은 이웃”이라고 했다.

버드 주교의 이러한 설교는 불법 이민자에 대해 대규모 추방 작전을 벌이고, 성소수자 인권을 존중하는 다양성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구상을 재고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기도회 후 취재진과 만나 “별로 흥미롭지 않았다”면서 “좋은 기도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훨씬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2일에는 버드 주교를 향한 공격의 화살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계정에 올린 글에서 “화요일 오전 국가기도회에서 설교를 한 그 소위 주교는 급진 좌파이자 강경 트럼프 혐오자였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드 주교가 “자신의 교회를 매우 불손한 방식으로 정치의 세계로 끌어들였다”면서 “그는 어조에 있어서 형편없었으며(nasty), 설득력이 없고 똑똑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그의 부적절한 발언 말고도 행사는 매우 지루하고 시시한 것이었다”며 “그(버드 주교)와 그의 교회는 대중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취임사에서 불법 이민 단속을 국정의 우선순위 중 하나로 천명하면서 남부 국경에 비상사태를 선포, 새 임기 동안 이 문제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에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가지 성별만 존재한다”고 선언하는 등 민주당과 진보 진영이 앞세우는 인종·성 소수자 존중, 다양성 포용·확대 정책 ‘DEI’(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폐기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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