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너지 패권” “관세 무기화”…미 내무·재무 후보자 중국 견제

2025-01-18 (토) 12:00:00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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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청문회서 패권주의 재확인

▶ 버검 “IRA, 중국 의존도만 키워”
▶ 원유 시추 제한 등 폐기 강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국토 자원 개발·환경 등 정책을 주도하게 될 내무부 장관 후보자가 조 바이든 현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뒤집겠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전기차 구매 장려를 위한 지원책은 대(對)중국 의존도만 높일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고, 가스 등 화석연료 시추도 제한 없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에 의해 내무장관으로 지명된 더그 버검 후보자는 16일 미 연방 상원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우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 그는 "중국이 (전기차 생산에 활용되는) 전 세계 주요 광물 자원의 85%를 장악하고 있는 시기에 우리는 전기차에 대한 모든 종류의 인센티브를 통과시켰다"며 "이는 중국과 냉전 중이고 북한·러시아가 매일 도발하는 시점에 주요 적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표적 치적으로 내세우는 IRA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IRA는 총 4,370억 달러(약 636조 원)를 청정에너지 산업 육성, 기후변화 대응 등에 쓰기 위해 2022년 8월 초당적으로 제정된 법이다. 미국인들이 전기차 구매 시 받는 7,500달러(약 1,090만 원) 세액 공제 혜택의 근거다. 그러나 그간 트럼프 당선자는 IRA를 "신종 녹색 사기"라고 비판하며 폐기를 공언해 왔고, 이날 버검 후보자 발언은 이러한 입장에 동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버검 후보자는 바이든 정부가 환경 보호 등의 이유로 에너지 생산 감축을 유도한 것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미 재무 후보 “중국 불공정 무역, 관세로 바로잡을 것”


▶ AI·양자컴퓨터·감시·반도체 등 중국 대외 투자 엄격 심사 강조
▶ 중 철강 제품 등에 탄소세 시사도
▶ 트럼프 2기 관세 활용 전략으로 감세 보완·외국과 협상력도 들어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일 대서양·태평양 일부 해역에서 신규 원유^가스 시추를 영구적으로 금지한다고 발표했는데, 버검 후보자는 “미국에서 에너지 생산이 제한되더라도 에너지 수요가 줄지는 않는다”며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다만 환경에 무관심한 독재자가 이끄는 러시아, 베네수엘라, 이란 등의 생산이 늘어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역시 그동안 “미국 영토 내 원유^가스 시추를 무제한 허용해 에너지 패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밝혀 온 트럼프 당선자 입장에 발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화석연료 개발로 에너지 가격을 절감하는 한편, 적국이 에너지 수출로써 전쟁 비용을 충당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게 트럼프 당선자 생각이다.

버검 후보자는 이날 “미국인은 (대선 결과로) ‘에너지 패권을 달성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한 신뢰를 보냈다”며 “에너지 패권은 미국의 번영·경제·안보의 토대”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패권 비전은 해외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종식하고 인플레이션을 낮출 것”이라고 부연했다.

리 젤딘 미국 환경보호청장 후보자도 이날 연방 상원 환경·공공사업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미국인들은 경제 질식 없이 깨끗한 환경을 누릴 자격이 있다”며 환경과 경제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기후변화가 현실이라고 믿는다”면서도, ‘기후변화는 사기’라는 트럼프 당선자 주장에 대해선 “정당 간 이견이 있는 일부 정책의 경제적 비용을 우려한다는 뜻일 것”이라고 두둔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스콧 베센트 후보자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관세 예찬’ 기조를 재확인했다. 탄소세 부과 등 방식으로 외국산 제품에 환경 파괴 책임을 물으며 ‘수수료’를 걷는 구상에 대해서도 긍정적 견해를 밝혔다.

16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베센트 후보자는 이날 상원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국제 무역 체계를 미국 노동자 이해관계에 더 부합하도록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전방위적인 추가 관세 부과 공약을 적극 이행하겠다는 뜻이었다.

베센트 후보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를 3개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①불공정한 무역 관행 회복 ②자국민 감세에 따른 세수 감소 보완 ③외국 정부에 대한 협상력 강화 등이다.

베센트 후보자는 특히 ‘불공정 무역 관행 국가’로 중국을 콕 집어 거론했다. 그는 “중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불균형한 경제”라며 “군대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 데 (무역) 흑자를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중국 시진핑 정권의 인공지능(AI)·양자컴퓨터·감시·반도체 관련 대외 투자를 엄격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울어진 무역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수입 제품에 각종 수수료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을 겨냥한 ‘외국 오염 수수료’ 부과 관련 의견을 묻는 질문에 “매우 흥미로운 아이디어”라고 답했다. 중국이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면서 만든 철강 제품 등에 탄소세를 매길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관세 부과를 통해 트럼프 당선자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베센트 후보자는 “관세를 통해 연방정부 예산 수입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도입돼 올해 만료를 앞둔 감세 정책인 ‘감세 및 일자리법(TCJA)’을 의회가 연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외국 정부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관세를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내비쳤다. 베센트 후보자는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이 그간 제재를 너무 많이 썼고, 어쩌면 다른 나라들이 미국 달러를 사용하지 않게 만드는 요인도 (미국의) 제재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달러 사용에 제약을 둬 기축통화 지위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제재보다는 관세를 외교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이 밖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정책이 담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내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를 유지하겠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조항을 잘 모른다”며 언급을 피했다. 다만 ‘미국 내 핵심 광물 생산을 장려한다’는 IRA법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해당 세제 혜택은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주로 혜택을 받고 있는 IRA 조항 중 하나다.

러시아 에너지 산업을 겨냥한 제재 강화에 대해선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해당 제재가 러시아를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장으로 끌고 오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게 베센트 후보자 판단이다. 아울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독립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도 확인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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