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년 78세…과감하고 실험적인 작품으로 영화사에 큰 족적
▶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공로상 등 수상
미국의 거장 감독 데이비드 린치 별세[로이터]
인기 드라마 '트윈 픽스'와 영화 '블루벨벳', '광란의 사랑' 등으로 수많은 마니아 팬을 거느린 미국의 거장 감독 데이비드 린치가 별세했다. 향년 78세.
유족은 이날 린치 감독의 페이스북 계정에 "우리 가족은 깊은 슬픔을 느끼며 예술가이자 한 인간인 데이비드 린치의 별세를 발표한다"고 썼다.
AP·로이터·AFP 통신과 NBC·CNN 등 미국의 주요 매체들이 그의 부고를 신속히 보도했다.
린치의 사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는 오랜 흡연으로 인해 지난해 만성 폐 질환인 폐기종 진단을 받고 더는 집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었다.
린치 감독은 이전에 없던 실험적이고 초현실적인 작품들로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에서는 '컬트 영화의 대부'로 영화 팬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1946년 미국 몬태나주에서 농무부 소속 연구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그림에 흥미와 재능을 보여 펜실베이니아 미술 아카데미 등에서 미술을 공부한 뒤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영화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1970년 로스앤젤레스(LA)로 이주해 미국영화연구소(AFI) 산하 영화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영화를 공부하며 저예산으로 첫 장편영화 '이레이저 헤드'를 만들었다.
기괴한 이야기와 영상을 담은 이 영화는 영화사에서 컬트 장르의 고전으로 꼽히는데, 1977년 독립영화 배급사를 통해 개봉되자 영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영화는 뉴욕과 LA,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에서 영화 팬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감독의 이름을 할리우드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어 1980년에 개봉한 '엘리펀트 맨' 역시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큰 성공을 거뒀고, 아카데미(오스카상) 작품상과 감독상, 각색상 후보에 올랐다.
섹스와 폭력을 집중적으로 다룬 몽환적인 영화 '블루 벨벳'(1986)은 탁월한 영상미를 보여줬으며, 일부 혹평도 있었지만 거리낌 없이 과감한 연출로 린치 감독의 작품 세계를 확고히 하는 데 기여했다.
이어 그는 1990년 내놓은 영화 '광란의 사랑'(원제 Wild at Heart)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거장으로 발돋움했다. 이 영화는 당시 신인급이던 배우 니컬러스 케이지를 세계 영화계에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린치 감독의 작품 중 대중적으로 가장 흥행한 작품은 TV 드라마 시리즈 '트윈 픽스'(1990∼1991)다.
이 드라마는 '트윈 픽스'라는 가상의 시골 마을에서 축제 퀸으로 뽑힌 젊은 여성의 살인 사건이 벌어진 뒤 괴짜 FBI 요인이 이를 수사하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와 연출로 미국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뒤 한국에서도 1993년 지상파 채널에서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다.
린치 감독은 그밖에도 '로스트 하이웨이'(1997), '스트레이트 스토리'(1999),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등 걸출한 영화들을 남겼다. 마지막 장편영화는 '인랜드 엠파이어'(2006)였다.
이후 그는 몇몇 단편영화와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고 미술 작업을 했으며, '데이비드 린치 재단'을 설립해 자신이 오랜 세월 몰두해온 초월 명상법을 설파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트윈 픽스'의 25년 후 이야기를 그린 후속 시즌 '트윈 픽스: 더 리턴'을 선보이며 연출가로 복귀했다.
그는 '멀홀랜드 드라이브'로 칸영화제에서 또 감독상을 받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지만, 오스카상은 후보(작품상·감독상 등)에만 4차례 올랐고 수상은 하지 못했다. 2020년 오스카 평생 공로상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