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사회 비판·野 반발 속 취임 선서…2031년까지 총 18년간 집권 가능
3번째 임기 시작한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로이터]
니콜라스 마두로(62)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대통령 취임식을 갖고 3번째 6년 임기를 시작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카라카스에 있는 베네수엘라 국회의사당에서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 앞에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헌법상 국가원수'로서 오는 2031년까지 자신의 책무를 다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연설에서 "헌법에 따라 국민 주권을 수호하는 임무를 계속하기 위해 국민과 함께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며 "성숙한 국민들과 함께 평화로운 6년을 만들 것을 목숨을 걸고 맹세한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스 의장은 국가 결속력을 반영하는 어깨띠와 헌법 수호를 상징하는 방주 열쇠 목걸이를 마두로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로써 지난 2013년 정권을 잡은 마두로 대통령은 오는 2031년까지 총 18년간 장기 집권 체제를 갖췄다.
취임식에는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과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을 비롯해 125개 국가·국제기구 대표단이 참석했다고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보도했다.
이날 취임 행사는 군 장병, 경찰관, 정보요원 등의 삼엄한 경비 속에 진행됐고, 국회 주변과 인근 광장에서는 마두로 지지자들이 모여 "니코(니콜라스), 함께 갑시다" 같은 구호를 외쳤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마두로는 암투병 끝에 숨진 우고 차베스(1954∼2013) 전 대통령의 좌파 성향 이념을 고스란히 계승한 인물이다.
수도 카라카스의 버스 운전사 출신인 그는 차베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국회의장(2000∼2006년)을 지내면서 영향력을 키웠다.
이후 2013년 차베스 정부에서 외교부 장관과 부통령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차베스 전 대통령의 '21세기 사회주의'와 '반미'(反美) 정책을 체화했다.
민족주의 포퓰리즘 성향의 사회주의 이념을 통칭하는 '차비스모'(Chavismo·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이름에서 유래한 용어)와 강력한 카리스마를 기반 삼은 그는 석유를 비롯한 천연자원 수출 일변도 경제 정책을 펼치다 저유가 기조와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 직격탄을 맞았고, 베네수엘라 경제와 치안은 악화 일로를 걸었다.
2018년 대선 전후 민심 이반 움직임을 공포정치로 돌파한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는 에드문도 곤살레스(75) 전 대선 후보와 민주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7) '투톱' 세몰이로 고전했다.
하지만 그는 대선 개표 불공정성 논란 속에 친(親)정부 성향 선거관리위원회와 사법부를 통해 대통령 3선 당선을 확정받았다.
이에 대해 야권 대선 후보였던 곤살레스 전 후보는 자체적으로 확보한 개표 결과를 근거로 내세워 "선거에서 압승했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에서는 베네수엘라 선거 당국의 개표 불투명성을 지적하면서 곤살레스를 '베네수엘라 대통령 당선인'으로 인정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연대감을 강조해 오던 좌파 성향의 일부 중남미 주변국에서도 불투명한 베네수엘라 대선 행정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특히 2천㎞가 넘는 육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콜롬비아에서는 첫 좌파 정부를 세운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이 수년간 베네수엘라와 끊겼던 외교 관계를 2022년 취임 이후 재수립했으나, 최근엔 마두로 대통령 비난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는 이에 대해 "오늘부터 13일까지 콜롬비아와의 국경을 폐쇄하고 항공편 운항을 일시 중단한다"며 불쾌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당국의 체포 위협을 피해 스페인으로 망명했던 곤살레스 전 후보는 최근 미국과 아르헨티나 등지를 잇따라 방문하며 자신에 대해 지지와 함께 마두로 정부에 대한 외교적 압박을 호소했다.
그는 "10일부터 대통령 임기를 시작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으나, 실제 이날 카라카스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두로 당국은 곤살레스 전 후보에 대해 현상금과 함께 수배령을 내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