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정선거 의혹 수사한다며 제2수사단 설치 추진…선관위 직원 체포 지시
▶ 진술거부에 NLL 등 수첩 내용 확인은 난항… “의혹 전반 규명 수사 계속”
(서울=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4.12.24
'12·3 비상계엄 사태'를 사전에 모의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점거 및 직원 체포 등을 지시한 혐의로 노상원 전 국군 정보사령관이 10일(이하 한국시간) 재판에 넘겨졌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군복을 벗고 민간인 신분이었던 노 전 사령관이 36년간 인연을 맺어온 김용현(구속기소) 전 국방부 장관 '비선'으로 행세하며 비상계엄 모의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날 노 전 사령관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과 함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선관위의 부정선거 관여 의혹 등을 수사하기 위해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 설치를 추진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문상호(구속기소) 정보사령관, 김봉규·정성욱 정보사 대령에게 지난해 10월 14일∼11월 19일 제2수사단에 편성할 정보사 소속 요원 40명을 선발하라고 지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9일과 17일, 12월 1일 세 차례 경기도 안산의 카페, 롯데리아에서 이들을 만나 "계엄이 선포되면 선관위 청사를 신속히 점거하고 부정선거 관련자들을 체포해 수방사로 호송할 것"이라며 제2수사단의 구체적 임무를 지시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그러면서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내가 처리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엔 안산 롯데리아에서 제2수사단 지휘부로 내정된 구삼회 육군 2기갑여단장, 방정환 국방부 전작권전환TF장, 김용군 전 3군사령부 헌병대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장관님이 무슨 안 좋을 일 시키겠냐. 시킨 거만 하면 돼"라며 구 단장이 수사단장, 방 TF장이 부단장, 김 전 헌병대장이 팀장을 맡으면 된다고 임무를 전달했다.
실제로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뒤 제2수사단 설치를 위해 이런 내용이 일부 담긴 '국방부 일반명령' 문건을 건네며 인사명령을 지시했지만, 국방부 인사기획관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대한 차량 지원, 수갑 등 물품 지원 등 무관한 내용이 담겼단 이유로 인사명령을 작성할 수 없다고 하면서 실제 설치는 이뤄지지 못했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 대원들에게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선관위 과천청사를 신속하게 점거하고, 직원들을 체포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문 사령관을 통해 정보사 대원 10명이 미리 과천청사 인근으로 출동해 대기하다가 선포 즉시 청사 내부로 진입해 서버실을 장악하고, 외부 연락을 차단하고, 출입을 통제하라고 지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50분부터 다음 날 오전 0시56분 사이 여인형(구속기소) 방첩사령관 지시로 선관위로 출동 중이던 정성우 방첩사 1처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여기(선관위) 현장지휘관이 있으니 너희들이 오면 인수인계해줄 것이다", "여기 확보했으니 포렌식을 떠라"라고 말하는 등 선관위 점거 임무 과정에서 방첩사와 정보사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노 전 사령관은 선관위 직원 30여명을 체포해 수사하는 데 이용하려고 문 사령관 등에게 알루미늄 야구방망이 3개, 케이블타이, 안대, 복면, 밧줄 등을 준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문 사령관 등은 계엄 선포 전인 지난해 12월 3일 오후 4시30분∼8시께 제2수사단 구성원으로 선발해둔 정보사 요원 40명 중 36명을 판교 정보사 100여단 대회의실로 긴급 소집한 뒤 "12월 4일 오전 5시에 선관위 과천청사로 출동해 선관위 직원 약 30여명을 포박, 수방사 B1 벙커로 이송하라"는 임무를 줬다.
특히 특수임무수행요원 3명에게는 '노 전 사령관에 대한 경호,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위원들 조사 시 조사 대상자에 대한 위협' 등의 임무를, 정보사 신모 소령에게는 '노 전 사령관 수행' 임무를 부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구 여단장, 방 TF장, 김 대령, 정 대령, 정보사 요원 36명은 지난해 12월 4일 오전 5시30분께까지 작전대기하고 일부는 임무 수행을 위한 연습도 진행했지만, 비상계엄 해제로 전원 부대로 돌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인이었던 노 전 사령관이 군에 이 같은 명령을 내릴 수 있었던 건 그가 김 전 장관의 '비선'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육군사관학교 41기로 김 전 장관(38기)의 3기수 후배다. 1989년 전 김 전 장관이 수방사 제55경비대대 작전과장(소령)일 때 대위로 함께 근무하며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가 지난해 9월부터 12월 3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김 전 장관 공관을 총 20여회 방문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비상계엄 직전인 지난해 11월 30일∼12월 3일까지 4일간은 매일 방문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노 전 사령관은 공관촌 입구 위병소의 검문을 피하려고 출입 때 장관 비서관이 운행하는 차량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재직 당시 '정보사 군무원 군사기밀 유출' 사건으로 문책성 인사 조처가 이뤄질 뻔했던 문 사령관이 김 전 장관 취임 직후 유임된 것 또한 노 전 사령관의 조언 때문이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14일 문 사령관에게 "노상원이 하는 일을 잘 도와주라고"고 지시했고, 문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의 지시를 김 전 장관의 지시로 받아들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검찰은 노 전 사령관이 자필 수첩에 '국회 봉쇄', '사살', 'NLL(북방한계선)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을 적은 경위, 계엄과의 연관성 등을 확인하려 했지만, 그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구속된 이후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며 "제기되는 의혹 전반에 대한 실체적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를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