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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미 제철소 건설 검토… ‘트럼프 무역장벽’ 대응 고심

2025-01-07 (화) 03: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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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고 싶으면 미국 공장 지으라’는 트럼프…현대차 美생산기지 수요 커

▶ 확정 땐 수백만t 규모 전기로 가능성 거론…투자금 10조원대 이상 전망
▶ ‘쿼터 제한’ 美 철강사업 돌파구될지 관심…현대차그룹 “확정은 아냐”

현대차그룹, 미 제철소 건설 검토… ‘트럼프 무역장벽’ 대응 고심

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 사옥 [현대차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보편관세 부과 등 부호무역 강화 정책을 예고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대형 제철소 신규로 짓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에 상품을 팔고자 하는 외국 기업은 자국 땅에서 생산하라는 메시지를 피력 중인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최대 해외 시장인 미국 시장 사업 안정을 위한 승부수를 준비 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철강 계열사인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미국 현지에 자동차 강판 제품 등을 생산하는 제철소 건설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그룹이 구체적인 사업 검토 단계를 거쳐 자사의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 등 몇몇 주 정부 측과 접촉해 인프라 등 투자 여건에 관한 논의도 진행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해외 신규 건설 투자 검토를 해왔지만 아직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앞서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작년 3월 주총에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 거점도 검토하고 있다"며 "어떤 지역에 투자해 무역장벽을 극복할 수 있을지 세밀한 검토를 해나가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당선인 취임 후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에 관한 자동차 업계의 우려가 큰 상황이어서 현대차그룹이 무역 장벽 돌파구 마련 차원에서 과감한 대미 투자를 단행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현지 제철소 계획을 확정한다면 해외에서 쇳물을 뽑아내는 첫 제철소를 짓게 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새 제철소를 미국에 건설한다면 연산 수백만t 규모로 투자금도 10조원대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가 될 것으로 관측한다.

현재 현대제철의 연간 조강 생산량은 2천만t가량으로 이 가운데 자동차용 강판 생산량이 500만t가량에 달한다. 다시 자동차 강판 생산량 중 400만t가량이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에 공급된다.


현대차그룹이 대형 투자 검토에 나선 것은 트럼프 신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전망 속에서 자사의 미국 내 자동차 생산량이 지속 확대될 예정이어서 그룹 내 현지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앨라배마 공장, 조지아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가동 중이다. 메타플랜트 생산량이 확대되면 향후 연간 미국 내 생산량이 120만대 체제를 갖추게 된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 한국 공장에서 생산한 강판을 가져다 미국 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한다.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쿼터가 적용돼 공급 물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철강에 적용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대한국 철강 수입량을 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약 383만t)의 70%로 축소한 쿼터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대미 철강 수출에서 '263만t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따라서 현대제철이 미국에 대형 제철소를 신규로 건설하게 된다면 현대차그룹 차원의 자동차 사업 안정화에 더해 제약된 한국 제철 산업의 대미 사업에도 새로운 활로를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실무적 차원의 이점 외에도 현대차그룹 차원의 대규모 미국 투자는 트럼프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투자 유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선물'로 여겨져 최대 시장인 미국 사업 환경 안정을 도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무역적자가 자국 경제를 망치고, 일자리를 파괴하는 요인으로 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관세 장벽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관세 장벽을 높이면 바이든 행정부처럼 대규모 보조금을 쓰지 않아도 첨단 제조업 기업들이 알아서 자국에 투자할 것으로 여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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