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총성 없는 국제적 대리전쟁’

2025-01-06 (월) 12:00:00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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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해다.’ 다시 한 번 써본다. ‘2025년 을사년(乙巳年)의 동이 텄다.’ 어쩐지 별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 끔찍한 해. 그 2024년 갑진년(甲辰年)의 꼬리가 유난히 길게 느껴져서인가.

새 해와 함께 쏟아진 신년전망들. 그 시계도 하나같이 흐리다. 아니 컴컴하기만 하다. 대전쟁(大戰爭)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는 예보와 함께.

어느 곳이 대전쟁, 혹은 3차 대전의 발화점이 될 수 있을까. ‘19포티파이브’지는 3년째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그 0순위 후보의 하나로 올렸다.


하마스 테러공격과 함께 발발된 가자전쟁, 그 불꽃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 거기에다가 알아사드체제 붕괴 이후 시리아에서도 불안정성이 계속 가중되면서 중동지역 전체가 또 한 차례 대전쟁의 불길에 휩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았다.

또 다른 0순위 후보들은 동아시아지역에 몰려 있다. 대만해협이 그 하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가려 있지만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언제든지 3차 대전의 발화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해협보다 더 위험한 곳은 남중국해일 수도 있다.’ 이코노미스트지의 진단으로 따라서 새 해 들어 관심의 초점은 대만해협에서 남중국해로 옮겨질 수 있다는 거다.

한반도도 위험지역 후보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사실상의 러-북 동맹관계 체결과 함께 북한은 러시아를 도와 우크라이나전쟁에 참전했다. 그 응분의 조치(quid pro quo), 다시 말해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참전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다가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불길은 한반도로 바로 이어진다. 그러니….

관련해 새삼 쏟아지고 있는 관심은 ‘시진핑의 중국은 어떤 새해를 맞이하게 될까’하는 것이다.

CRINKs(중-러-이란-북한 독제세력 쿼드)의 종주국이다. 그 중국이 심각한 내부 불안을 겪어왔다. 그 불안요소는 더 악화될 조짐이다. 이는 그러면 어떤 국제적 파장을 불러올 것인가. 이에 대한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경제는 소생의 가망이 없어 보인다. 그 한 단적인 예가 청년실업문제다. 중국의 대학졸업 인구는 10배나 팽창, 2022년에 1100만명의 대졸자를 배출했다. 그런데 졸업 후 갈 곳이 없다. 20%를 기록했던 청년실업률이 거의 40%선에 육박한 것이다.


거대 실업자 군단으로 변전한 청년층. 그들의 분노는 제로 코비드 정책과 함께 베이징이 무제한 봉쇄정책을 취했을 때 극에 이르렀다. 2022년 11월 수 천 만의 청년들이 봉쇄정책에 반기를 들고 중국전역 17개 도시에서 시위에 돌입했다. 인권, 자유 보장 등의 구호와 함께 ‘시진핑 하야’ 등을 외쳐댔다.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소름끼치는 사태가 발생했던 것.

이 같은 경제문제에다가 군 고위층 숙청이 잇달아 이루어지면서 정치, 사회적 불안은 날로 확산, 특히 시진핑의 정치적 입지를 둘러싼 소문이 그 어느 때보다 파다했다. 이게 2024년 중국이 맞닥뜨렸던 상황이다.

올해에도 디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면서 경제는 더 나빠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만연하고 있는 것은 불특정 다수를 타깃으로 한 ‘묻지마’식 사회에 대한 보복범죄다. 군부 숙청과 관련한 소문은 더 증폭되고 있다. 거기에다가 트럼프 재등장과 함께 외부적 요인도 시진핑 체제에게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적 문제의 지속적 악화와 함께 2025년은 시진핑의 중국에 있어 ‘정치적 블랙 스완(Black Swan- 예기치 못한 극단적 상황이 일어나는 일)’의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런 정황에서 사회공작(social work)이란 용어가 중국공산당의 2025년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의 지적이다. 사회복지시설 확대를 통해 불우한 사람을 돕는다는 게 아니다. 일선 직장단위까지 공산단의 감시를 대대적으로 강화해 사회질서를 확립한다는 게 사회공작의 개념이다.

다름이 아니다. 단순한 권위주의 형 독재를 넘어서 파시즘적 통치를 더욱 강화한다는 것이다.

시진핑 개인숭배가 부쩍 강화됐다. 한(漢)지상주의로 대별되는 초(超)민족주의가 강조된다. 소수민족은 잘라내어야 할 암으로 취급된다. 군사문화 숭앙과 함께 전 사회의 병영화를 꾀하고 있다. 그리고 전 인민 감시체계를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시진핑체제의 특징이다. 그 체제가 인민에 대한 압제를 더욱 더 강화한다는 거다. 그 압제는 그러면 외부적으로는 어떤 형태로 나타날까. 대만침공. 남중국해에서의 불장난. CRINKs의 동시다발적 도발. 그 어느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는 게 글로벌리스트지의 지적이다.

거기에 하나 더. ‘한계를 뛰어넘는, 그러니까 심지어 마약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을 안으로부터 와해시키는’ 초한전(超限戰)의 무차별 전개도 그 외부적 압제형태의 하나가 아닐까.

탄핵의 광란 극은 새해 들어 더 폭력적 형태를 띠고 진행되고 있다. 불법적으로 얻어낸 체포영장을 들이대고 현직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체포하려는 공수처의 반란행위에서 볼 수 있듯이. 여기서 새삼 드러나고 있는 것은 종중종북세력이 국회는 물론, 검·경과 사법부 그리고 제도권 언론에까지 깊숙이 침투해 있다는 소름끼치는 현실이다.

이 사태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시진핑의 중국, 더나가 CRINKs를 등에 업은 반란세력과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수호세력 간의 체제를 둘러싼 총성 없는 국제적 대리전쟁이란 생각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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