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공적행위’ 형사상 면책” 6대3으로 결정
▶ 美 헌법·법률에 규정 없어 大法이 유권해석…韓은 헌법에 범위·예외 명시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회에서 탄핵소추된 윤석열 대통령 측이 3일(이하 한국시간)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의 지난해 7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대통령 당선인) 관련 결정을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 측은 답변서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7월 1일 '트럼프 대 미국' 사건에서 대통령의 헌법상 종국적이고 전속적인 권한 행사에 대해 의회뿐만 아니라 법원의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한 바 있다"라고 썼다.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의 통치 행위로, 탄핵 소추 및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 측이 거론한 미국 대법원의 결정은 대통령이 재임 중에 행한 행위와 관련해 퇴임 후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020년 대선 결과(조 바이든 대통령 승리) 뒤집기 시도 혐의로 연방 특검이 2023년 8월 자신을 기소하자 대통령 재임 시절 행위는 퇴임 이후에도 면책특권 대상이라고 주장하며 유권해석을 의뢰한 데 대해 사법부의 심사가 이뤄진 것이다.
이에 미 대법원은 작년 7월1일,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의 공적(official)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상 면책 특권이 있으나 비공식적(unofficial)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6대3'으로 결정했다.
대법원은 '핵심적 헌법적 권한 안에서 이뤄진 행위'에 대해서는 '절대적 면책', '공식적 책임의 외곽 주변부 안에서 이뤄진 공식 행위'에 대해서는 '추정적(presumptive) 면책'이 이뤄져야 하며, '비공식적 행위'는 면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당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우리는 권력분립의 헌법적 구조하에서 대통령 권한의 속성은 전직 대통령이 그의 재임 중 공적 행동에 대한 형사기소로부터 일부 면책특권을 가질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어 "최소한 대통령의 핵심적 헌법적 권한의 행사에 관해 면책특권은 절대적이어야 한다"면서 "그의 다른 공적 행동들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면책 특권을 부여받는다"고 부연했다.
퇴임 후 총 4건의 형사기소를 당한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형사 재판 절차는 이 결정 이후 사실상 중단됐고, 결국 트럼프 당선인은 '사법 리스크'를 털고 작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했다.
당시 소수 의견을 낸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전직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면책하는 것은 대통령직이라는 제도를 개조하는 일"이라며 "정적을 죽이라고 '네이비 실(Navy Seal·미 해군 특수부대) 팀6'에 명령하는 것도 면책, 권력을 지키기 위해 군사 쿠데타를 조직하는 것도 면책, 사면 대가로 돈을 받아도 면책된다는 것"이라고 소셜미디어(SNS)에서 주장했다.
다만 이 같은 미국 대법원의 결정이 나온 '전제'는 한국과 달리, 미국 헌법과 연방 법률에는 대통령의 민형사상 면책 특권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헌법 제2조 4항에서 "대통령, 부통령과 미국의 모든 공무원은 반역죄, 뇌물 수수 또는 기타 중·경범죄로 탄핵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으면 파면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대법원은 1982년 대통령의 공무 행위에 대해 민사상 면책특권이 있음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지만, 형사상 면책 특권 유무에 대한 판례는 작년 7월 1일 트럼프 사건을 통해 비로소 나왔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과 달리, 최상위 법률인 헌법(제84조)에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며 면책 특권의 범위와 예외(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미국 대법원의 판단과 마찬가지로 한국 헌법은 대통령의 업무 수행을 위해 형사상 면책 특권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내란죄와 외환죄는 면책이 불가능한 중대한 죄목으로 적시한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