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12월 인수 계획 발표 후 1년여만에 거래 금지 공식 발표
▶ 노조 표심 의식한 美정치권서 잇따라 반대…트럼프도 “매각 막겠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인수를 국가 안보를 약화한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3일 성명에서 "US스틸은 미국인이 소유하고, 노동조합에 소속된 미국인 철강 노동자가 운영하는 세계 최고의 자랑스러운 미국 기업으로 남을 것"이라며 US스틸 매각 불허 결정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범정부 내 국가 안보 및 무역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결정했듯이 이번 인수는 미국의 최대 철강 생산업체 중 한 곳을 외국의 통제에 두고 우리 국가 안보와 매우 중요한 공급망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위원회는 그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건을 심의해온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다.
CFIUS는 외국인의 미국기업 인수합병 등 대미 투자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해 안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시정 조치를 요구하거나 대통령에 거래 불허를 권고할 수 있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CFIUS는 이번 인수의 승인 여부에 대해 위원회 내부적으로 합의하지 못하고 지난달 백악관에 결정을 넘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불허 결정과 관련해 "국내에서 소유·운영하는 튼튼한 철강 산업은 필수적인 국가 안보 우선순위이며 회복력 있는 공급망에 매우 중요하다"며 "국내 철강 생산과 국내 철강 노동자가 없으면 우리나라는 덜 강하고 덜 안전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미국의 철강 생산 역량에서 큰 비율을 차지하는 주요 미국 기업들이 미국의 국익을 위한 싸움을 계속 이끌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과 함께 이번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도 발표했는데 그 명령에서 일본제철이 US스틸 인수를 통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저해할 위험이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믿을만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일본제철이 2023년 12월 US스틸을 149억달러(약 20조8천억원)에 인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직후 미국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지역의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쏟아졌다.
US스틸은 한때 세계 1위였던 미국 철강산업의 상징이자 자존심인데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 거래에 반대하는 철강 노조의 표심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도 대선 과정에서 매각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미국 일각에서는 미국의 주요 우방인 일본이 US스틸 인수를 통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왔고, 일본제철도 미국 정부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여러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마음을 바꾸지는 못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