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루 넘긴 尹 체포영장 발부…초유의 사태에 법원도 ‘고심’

2024-12-30 (월) 06: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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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수처, 수사 밀행성 불구 이례적 공개…법원 ‘33시간여’ 숙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을 법원이 발부하기까지 하루 넘게 걸렸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신병 확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인 만큼 법원의 고심이 그만큼 깊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신속' 수사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영장 재판이 충실히 이뤄지도록 법원이 숙고를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31일(한국시간 기준)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전날 0시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8일, 25일, 29일 공수처 정부과천청사에 출석하란 요구에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세 차례 불응'이란 체포영장 청구 요건이 갖춰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세 번째 출석 요구도 통하지 않자 공수처가 종일 작업해 법원 야간 당직실을 통해 영장을 바로 접수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영장 청구 시점도 이례적이다. 그만큼 공수처 입장에서도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않고 영장을 작성해 곧바로 후속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체포영장의 결과가 청구 당일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서류 심사로 결정이 되는 구조이고 체포영장의 경우 범죄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相當·타당한·합리적인) 이유,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 요구에 불응했는지만 따지면 돼 구속영장보다 발부 요건이 덜 까다롭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체포영장을 심사할 때 우선 형식적 요건을 심사한 뒤 체포 사유와 필요성에 대해 심사하는 과정을 거친다. 필요한 사실 조사를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이 경우 수사의 신속성과 밀행성에 반하지 않는, 즉 여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해야 한다.


통상 출석요구서 사본, 출석요구통지부 사본 등을 첨부해 출석 불응 상황과 출석 요구에 불응할 우려 등을 소명하게 된다.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절차가 있어 검찰과 피의자 양측 의견을 듣고 판사가 결론을 내리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체포영장과 차이가 있다.

하지만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청구한 사실을 이례적으로 사전에 공개했고, 윤 대통령 측도 법원에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어 불법 청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사실상 서면 '공방'이 벌어졌다.

통상 수사의 밀행성 확보를 위해 집행 전까지 체포영장 청구 사실이 알려지는 경우는 없다.

결국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공수처의 체포영장 청구서와 윤 대통령 측이 낸 의견서를 바탕으로 하루 넘게 고심한 끝에 이날 오전 영장을 발부했다. 공수처가 언론에 발부 사실을 공지한 시점을 기준으로 약 33시간여가 걸린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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