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말 가족여행이 비극으로…“팔순잔치 일가족 9명도”

2024-12-30 (월) 12: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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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끓는 유가족 눈물바다

▶ 희생자 명단 발표 ‘망연자실’
▶ 대부분 광주·전남 지역주민
▶시·군 공무원 13명도 참변

연말 가족여행이 비극으로…“팔순잔치 일가족 9명도”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탑승객의 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

“탑승자 181명, 구조자 2명 외 대부분 사망으로….”

한국시간 29일 전라남도소방본부의 이 같은 구조 상황 발표에 무안국제공항 3층에 마련된 유가족 대기실은 한순간에 눈물바다로 변했다. 3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은 “생존자가 전혀 없느냐”며 울부짖었고, 50대 남성은 고성을 지른 채 바닥에 드러눕기도 했고, 자신의 어머니의 사고 소식에 20대 여성은 바닥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 여성은 “50대인 어머니가 홀로 비행기를 탔다”며 “전날 밤에 다시 한국에 온다는 카톡 메시지가 마지막이 됐다”고 오열했다.

70대로 보이는 노모의 마음은 타들어 갔다. 연일 눈물을 훔치며 “어제 저녁에 아들이 ‘우리 출발한다’고 한 연락이 마지막”이라며 “제발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또한 생존자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생존자 가운데 우리 가족이 있을 것”이라고 중얼거리며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탑승자 가족들은 승객 명단에서 가족들을 발견하고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이번 사고자들의 경우 가족 단위의 여행객이 많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어 오후에는 상황 설명을 듣기 위해 무안공항 건물 1층 대합실에 모인 실종자 가족들은 각각 항공사와 공항 측을 찾아 분노를 터뜨렸다. 전북 정읍에서 온 유가족은 “사위가 해남군청에서 일하고 딸이 작은 공부방을 운영한다. 사위만 간 줄 알았는데 같이 갔더라”라면서 “여기는 국제공항이란 곳이 아침부터 발뺌만 하는 식이다. 유족들이 맨땅에서 이러고 있음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눈시울을 붉혔다.

60대 정모씨는 “아는 지인이 결혼을 앞두고 여자친구와 같이 태국 여행차 비행기에 탔다고 한다”면서 “지금 신원 확인이 안 됐다. 손이 귀한 집안에서 태어나 철도공사로 취업해 어머니의 자랑이었는데 이루 말할 수 없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무안국제공항 참사로 탑승객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 29일 전남 영광군에 따르면 군남면에 거주하는 A(80)씨 일가족 9명이 이날 오전 무안공항에 착륙 중 사고가 난 제주항공 7C2216편에 탑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181명 탑승자 중 최연장자다. A씨와 자녀 등 4명은 영광에 살고 있으며 나머지 친인척 등 5명은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 팔순 잔치를 위해 함께 태국 방콕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려고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다.

참사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탑승객 다수가 광주·전남 지역민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공무원들도 다수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0분 현재 사고 여객기 탑승자 명단에 도, 시군, 출연 기관 등 전현직 13명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화순군에서는 현직 공무원 3명, 퇴직 공무원 5명이 동반 여행길에 올랐다가 참사를 당했다.

전남도 출연 기관 소속 남성 2명이 태국 여행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화순군에서는 현직 공무원 3명, 퇴직 공무원 5명이 동반 여행을 갔다가 귀국하는 여객기에 탑승했다. 자매 사이인 목포시 공무원 2명, 담양군 여성 공무원 1명도 탑승 명단에 있었다. 여객기에는 전남도교육청 소속 일반직 사무관 5명도 탑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제주항공 여객기 탑승객 다수는 지역 여행사 상품 이용객으로 파악됐다. 광주 소재 여행 랜드사인 Y사는 무안∼방콕 노선 제주항공 항공기를 전세기 형태로 운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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