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영어도 안 되는데 왜 미국인 변호사를 선임?

2024-12-23 (월) 김해원 변호사
크게 작게

▶ 김해원 변호사의 피와 살이 되는 노동법 이야기

한국인들 만큼 영어 구사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갖고 있는 민족이 전세계에 있는 지 궁금하다.한국인들은 영어를 완벽하게 말해야 한다고 착각(?)을 하고 있다. 마치 한인국인들 만큼 영어 구사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갖고 있는 민족이 전세계에 있는 지 궁금하다.한국인들은 영어를 완벽하게 말해야 한다고 착각(?)을 하고 있다. 마치 한인 2-3세들이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해야 한다고 착각하는 것처럼 한인 1-1.5세들은 그렇게 말해야 미국인들에게 수모나 차별을 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한국은 대부분의 업소 간판을 이상한 영어 단어들로 치장함에도 불구하고 워라벨, 뇌피셜, 핫플, 바겐세일,모닝콜 같이 국적 불명의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어떻게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겠다는 지 궁금하다.

미국에 사는 한인 1세들도 영어에 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법률 용어는 영어로 설명하나 한국어로 설명하나 알아듣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한국 법률 용어를 들을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법률 용어들을 한인 변호사들이 한국어로 설명해주면 영어로 설명하는 것보다 더 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한인 1세들이 한국어를 못 말하는 미국인 변호사들은 선임해서 생기는 슬픈(?) 에피소드들이 많다. 최근 만난 클라이언트는 노동법 소송을 당했는데 주변 지인의 소개로 미국인 변호사를 선임했다.

그런데 그 변호사의 소개 사이트를 보니 노동법 전문 변호사가 아니라 특허법 전문 변호사였다. 가뜩이나 어려운 노동법 용어를 특허법 전문 변호사를 통해 들었으니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나 다를까 소송을 진행하는 도중에 변호사의 말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고 이 클라이언트는 털어놓았다.

그래서 결국 파산을 하려고 한인 파산법 변호사를 선임했다. 필자도 잘 아는 한인 파산법 변호사를 선임해서 파산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호사에 대한 불신감이 높았다. 왜냐하면 첫번째 변호사에 대한 불신감 때문이었다. 많은 한인들이 첫번째 변호사를 못 믿으면 그 다음에 선임하는 변호사들도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첫 남편이 불륜을 저질러서 이혼을 했을 경우 재혼하는 두번째 남편도 의심하는 경우와 비슷한다.그래서 이 클라이언트는 파산에 대해 여러번 설명을 파산법 변호사가 해주고 본인이 종이에 받아쓰면서 알았다고 했지만 파산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파산이 미뤄졌다.

간신히 파산을 파일했지만 이제는 파산을 해도 노동법 소송이 걱정되어서 필자를 찾아온 것이다. 파산법 변호사에 의하면 그 분의 케이스는 파산으로 노동법 소송이 해결된다고 100번도 넘게 말했는데 필자에게 노동법 소송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고 기가 막혀했다.

만일 미국인 변호사와의 대화를 이해하기 힘들면 그 변호사에게 한국어 통역을 요구하거나 주변에 한국어 통역을 데리고 대화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국어로 법률 용어를 말해도 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변호사와 의뢰인은 부부와 같이 커뮤니케이션이 제일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유태인 변호사들은 선임하고 싶어하는 한인들은 보면 약간 답답하다. 물론 유태인 변호사들이 한국인 부인들이나 한국인 사무장을 통해 클라이언트들에게 통역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 않고 무조건 ‘쎈’ 유태인 변호사를 선임한다는 것은 효율적인 소송 방어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종업원만 변호하는 부티크 로펌인데 여러번 상대방으로 붙어본 적이 있는데 거기 대표가 필자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자기 로펌에 합류하라고 권유했다. 50 여명의 변호사가 있는 LA에 위치한 로펌인데 고용주만 변호하는 필자에게 전향(?)하라는 삼고초려의 이메일을 보낸 것이다.

이 로펌은 필자가 한인 클라이언트들과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케이스들을 해결한 것에 대해 매우 인상적이라고 이메일에서 밝혔다. 물론 필자는 이 로펌에 가고 싶은 맘은 전혀 없지만 필자를 이렇게 좋게 본다는 점에 감동했다.

필자는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변호사와 클라이언트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변호사와 외뢰인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소송을 이겨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한인 고용주들이 변호사의 표현을 이해하지 못해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그렇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을 영어로 하든 한국어로 하든 똑바로 정확하게 법률 용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haewonkimlaw@gmail.com

<김해원 변호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