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0만명 암매장” 집단 무덤으로 드러난 시리아 학살
2024-12-19 (목)
▶ 알아사드 정권서 실종 15만명 넘어
▶ “최소 66곳” 집단 매장지 잇단 발견
▶ “나치 이후 이와 같은 학살은 처음”
17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나즈하에서 미국 인권단체‘시리아긴급태스크포스(SETF)’ 활동가들이 이날 발견된 대규모 무덤 중 하나를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가 축출된 뒤 시리아 곳곳에서 집단 매장된 시신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내전 기간 동안 시리아 정권의 집단학살 문제는 꾸준히 제기됐지만 알아사드 정권의 삼엄한 통치로 인해 제대로 조사되지 못했던 사안이다. 전문가들은 매장된 시신이 최소 10만 구 이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발굴과 신원 확인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스티븐 랩 전 미국 전쟁범죄 대사는 17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쿠타이파와 나즈하의 집단 매장지를 방문한 뒤 “2013년 이후 최소 10만 명이 아사드 정권에 의해 고문, 살해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랩 전 대사는 “나치 이후 이 같은 학살 사례는 처음”이라며 “21세기에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지 않는다”고 끔찍해했다.
반군 공격으로 지난 8일 알아사드 전 대통령이 러시아로 도피한 뒤 시리아 내부에선 알아사드 정권이 저지른 집단학살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53년간 이어진 알아사드 부자의 독재 정권은 시리아 민주화 운동이 내전으로 격화된 2011년 이후에만 수만 명을 학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내전 기간 동안 알아사드 정권이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있다는 문제는 꾸준히 제기됐지만 철권 통치로 인해 현장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날 미국 CNN방송은 “2020년 한 남성이 정권의 명령에 따라 쿠타이파와 나즈하에 매주 4회, 300~700구의 시신을 매장했다고 폭로했다”며 “시신엔 고문과 절단의 흔적이 있었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알아사드 정권의 몰락과 함께 집단 매장지 조사가 시작되고 있지만 워낙 매장된 장소와 시신이 많아 신원 확인엔 어려움이 예상된다. 일단 국제실종자위원회(ICMP)에 신고된 시리아인 실종자만 15만7,000명이 넘는다. 반(反)알아사드 단체인 시리아비상태스크포스(SETF)는 시리아 곳곳에 시신 수십만 구가 매장돼 있다고 주장했다.
추가 매장지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ICMP는 “확인되지 않은 집단 매장지가 최소 66개”라고 발표했다. 무아즈 무스타파 SETF 사무국장은 “아직 매장지를 제대로 발굴하지도 않았다”며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이 끝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AP통신에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