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에게 ‘사기’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봉이 김선달이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희대의 사기꾼이다. 그렇기는 해도 한국인들에게 그는 지탄의 대상이라기보다 미소를 짓게 하는 해학적 인물이다.
봉이 김선달은 19세기 실존인물 김인홍으로 한때 알려졌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선후기 부패한 사회상을 배경으로 구성된 가상의 인물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야기에서 그는 평양 출신의 재사로 큰 뜻을 품고 한양으로 간다. 하지만 낮은 문벌에 서북 출신인 그를 맞은 건 혹독한 차별. 좌절한 그는 세상을 등지고 정처 없이 떠도는데, 가는 곳마다 권세 있고 돈 많으면서 위선적인 양반이나 상인들을 골탕 먹이는 일화들을 만들어낸다. 그중 하나가 대동강물 팔아먹기. 주인 없는 강물을 누가 돈 주고 산단 말인가.
김선달은 사대부 집에 물을 길어주는 물장수들에게 접근해 작업을 시작한다. 그들에게 술을 사주며 사귄 후 엽전을 나눠주고는 다음날부터 물을 지고 갈 때마다 자신에게 엽전을 던져주면 후사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는 매일 엽전을 챙기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외지인이 접근한다. 김선달에게서 강물을 사면 대박 나겠다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한양 출신 한량은 싫다는 김선달을 구슬려 큰돈을 주고 대동강 물 판매권을 인수한다. 어이없는 것으로 이권 챙기는 사람들을 보면 ‘봉이 김선달 같다’고 하게 된 배경이다.
‘봉이 김선달’은 어떻게 탄생하는 가. 예외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모든 사기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합작품이다. 손바닥이 마주 쳐야 소리가 난다. 김선달의 계략에 한양 한량이 탐심으로 맞장구를 치면서 강물을 팔고 사는 희대의 사기는 성사되었다.
강물처럼 도도한 사이버 세계에서 요즘 사기꾼들이 혈안이 되어있다. 소비자들이 연중 가장 많은 돈을 쓰는 샤핑시즌을 맞아 크게 한목 챙기겠다고 눈을 불을 켜고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 사이버 먼데이 거치며 세상이 온통 샤핑 열기로 들떠있는 연말은 사이버 범죄자들에게 황금어장. 물 들어올 때 배 젓겠다는 각오들이다.
그 결과는 소비자들에게 쏟아져 들어오는 스팸메일 홍수. 갖가지 할인행사를 알리는 이메일들이 G메일, 애플 메일, 아웃룩, 야후 … 가릴 것 없이 밀려들고, 소비자들은 스팸메일 치우느라 성가신데 이따금 솔깃한 내용이 없지 않다. ‘정말로 저렇게 많이 세일을 한단 말인가!’ ‘저 값에 그 물건을?’ 하는 순간, 구매충동을 부추기는 문구들이 어김없이 따라붙는다. “서두르시라, 단 하루뿐” “당신만을 위한 특별가격” “기회를 놓치지 말라” 등.
한달 여 전부터 기승을 부리는 사기성 이메일들의 유형을 보면 첫째, 주문한 물건을 곧 배송할 테니 첨부한 PDF 자료를 열어보라는 것. 둘째, 아마존을 사칭하며 너무 싼 스마트폰, 태블릿 광고. 셋째, 루이비통, 에르메스, 샤넬 등 명품백 브랜드 웹사이트를 진짜처럼 만들고 엄청난 할인가 제시. 레이반 선글라스를 27.99 달러에 판다는 피싱 이메일도 최근 판을 쳤다. 넷째, 설문조사 사기. 코스코 등을 사칭해 설문조사에 응하면 사례하겠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한다. 호기심에 클릭 하는 순간 피해가 발생하는 구조이다.
전문가들의 조언은 간단하다. 낯선 이메일은 절대 열지 말고 당장 지울 것. 클릭 했다가는 가짜 물건 사거나 돈 잃고 끝나는 게 아니다. 멀웨어 즉 악성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기기 속에 심어져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은행계좌 등 개인정보가 술술 빠져나가게 된다.
거짓말 같이 좋은 세일이라면 그건 거짓이라고 보는 게 맞다. 모든 상품에는 원가가 있는 법. 비상식적 할인에 욕심이 동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