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아 반군, 8년 만에 알레포 점령
▶ 국민 지지 잃은 아사드 정권 ‘위기’
▶이란 “미·이스라엘 음모”… 미 “무관”
시리아 내전이 격화된 가운데 1일 시리아 이들립 지역에서 공습으로 인해 차량이 불타고 있다. [로이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임시 휴전으로 레바논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시리아에서 내전이 다시 격렬해지면서 중동의 화약고 중 하나에 다시 불이 붙었다. ‘21세기 최악의 내전 국가’인 시리아가 또다시 격랑에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1일 AP·AFP·신화 통신에 따르면 시리아 북서부에 기반을 둔 이슬람 무장조직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주도하는 반군이 전날 알레포와 이들리브주 북서부의 주요 거점을 장악한 데 이어 중부 하마주까지 밀고 들어갔다. 최근 수년간 정부군 공세로 수세에 처해 있던 반군 세력이 대규모 반격을 개시, 시리아 최대 도시 알레포를 기습 점령한 것이다. 반군으로선 과거 자신들의 ‘상징적 거점’이었으나 2016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에 뺏기며 통제권을 넘겨줬던 알레포를 8년 만에 재탈환한 셈이다. 한동안 교착 상태였던 시리아 내전이 다시 격화하는 국면을 맞게 됐다.
직접적 계기는 ‘이란·러시아의 아사드 정권 지원 축소’다. 이란·러시아가 각각 이스라엘·우크라이나 전쟁에 힘을 쏟느라, 시리아를 지원할 여력이 없는 틈을 반군이 파고들었다. 2011년부터 14년째 이어지는 내전에서 자국민을 잔혹하게 탄압한 ‘시리아의 도살자’ 아사드 대통령도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시리아 정부군은 밤새 화력과 병력을 추가 투입해 방어선을 구축하고 반군의 진격을 저지하고 성공적으로 침입을 막았다고 시리아 국방부가 밝혔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 내전 감시 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도 최근 몇 시간 동안 정부군이 대규모 증원군을 파견했다고 확인했다. 시리아 정부의 후원자인 러시아도 반군의 공세에 공습을 지원했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북서부 이들리브주와 반군이 점령한 하마 북부 지역의 모르크, 칸셰이쿤, 카프르 나블, 하자린, 탈 콕바 지역에서 시리아와 러시아 전투기의 공습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하마주 시골 지역에서 반군의 진격이 멈췄다고 SOHR는 덧붙였다.
러시아는 전날에도 시리아 공군과 함께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알레포에 공습을 가했다. 시리아 국영TV는 지난달 27일 이후 사흘간 정부군이 거의 1,000명의 반군을 사살했다고 보도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SOHR는 지난달 27일 이후 양측의 무력 충돌로 민간인 최소 48명을 포함해 37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집계했다. 또 이날 러시아군이 이들리브주의 피란민촌을 공습해 민간인 8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HTS는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는 반정부 소규모 무장조직과 합세해 지난달 27일 대규모 공세에 나서 알레포를 기습 점령하고 중부로 진격하면서 2020년 이후 소강상태였던 시리아 내전의 전선이 뒤흔들리고 있다. 특히 반군의 이번 공세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우방인 러시아와 이란이 각기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으로 지원이 약화한 틈을 노렸다는 분석이 많다.
지근거리에서 알아사드 정권을 후원했던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의 맹공으로 존립이 위협받는 처지다. 반군의 대공세로 시리아 내전 전황이 급변하자 정부군을 지원하는 러시아, 이란과 반군 일부를 지원하는 튀르키예 등 주변국의 발걸음도 빨라지는 양상이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시리아 다마스쿠스 방문에 앞서 “시리아 정부와 군대를 확고히 지원할 것”이라며 이번 반군의 기습 공격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음모라고 주장했다. 아락치 장관은 2일에는 튀르키예 앙카라를 방문한다.
시리아 정부군이 2012년 반군에 빼앗긴 알레포를 2016년 되찾는 데 결정적인 지원을 했던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전날 이란, 튀르키예 외무장관과 각각 통화하고 시리아 상황의 안정을 위한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했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전날 라브로프 장관과 통화에 이어 이날은 이라크의 푸아드 후세인 외무장관과 통화해 시리아의 최근 상황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