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에 상품 광고 올리거나 특정 쇼핑몰 추천…‘개인형 메시지’ 판매도
▶ WP “이해충돌 키워” 비판에도…트럼프 장남 “백악관 주류언론 교체”
누구보다 소셜미디어(SNS)에 친화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집권하면서 그의 2기 행정부에도 '인플루언서 형 정치인'들이 대거 입성할 예정이다.
이들 중에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등 일반적인 정치인의 SNS 활동을 넘어 개인의 인지도를 활용한 영리 활동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일 '트럼프와 협력자들이 정치인과 인플루언서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런 사례들을 조망했다.
WP는 대표적 케이스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가 몇 주 전 자신의 틱톡 계정에 가정용 복싱 장난감 '박스볼렌'의 스폰서 동영상을 올린 일을 소개했다.
이 영상에서 케네디 주니어는 반복해서 장난감을 주먹으로 치며 "박스볼렌!"이라고 외치고는 땀을 뻘뻘 흘리며 성능을 칭찬했다.
300만명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틱톡 셀럽'인 케네디 주니어의 이 영상은 30분 만에 1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후 영상은 삭제됐지만, 박스볼렌 판매사는 자사 SNS 계정에 이 영상을 올려 홍보에 사용했다.
공공의료보험서비스센터(CMS) 센터장으로 발탁된 메멧 오즈는 지난주 팔로워가 수백만 명에 달하는 틱톡과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서 "아이허브처럼 신뢰할 수 있는 곳에서 판매하는 강장제가 추수감사절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다"고 밝혔다.
유명 TV쇼 진행자 출신인 오즈는 온라인 쇼핑몰인 아이허브에서 '글로벌 고문' 자리를 맡고 있다. 다만 아이허브 측은 오즈에게 급여 등을 지급하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친트럼프 인사로 분류되는 로렌 보버트(콜로라도) 하원의원은 개인적으로 부탁받은 메시지를 유명인사가 동영상으로 찍어주는 애플리케이션 '카메오'에 등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보버트 하원의원은 자신의 메시지에 최소 가격 250달러(약 35만원)를 매겼는데, 이는 유료 출연을 금지하는 하원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의 계정은 이틀 만에 삭제됐다.
법무부 장관에 지명됐다가 논란 끝에 사퇴한 맷 게이츠도 최근 같은 플랫폼에서 500달러(약 70만원)에 개인 맞춤형 메시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는 공개된 추수감사절 테마 동영상에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우리에겐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고 온라인에서 중요한 콘텐츠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의 경우 SNS를 통해 일상적으로 자신의 책을 홍보해 왔다고 WP는 덧붙였다.
WP는 이런 현상을 두고 "트럼프 당선인 주변의 유명 인사들이 SNS의 인기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보여준다"며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최초의 '인플루언서 내각'을 구성함으로써 정부가 매일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형태의 이해충돌 가능성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이해충돌 논란에도 이런 경향이 수그러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트럼프 당선인 본인부터 틱톡 팔로워가 1천400만명에 이르고 아예 직접 SNS 플랫폼(트루스소셜)을 차리기까지 한 인플루언서이기 때문이다.
WP는 트럼프 당선인이 최근 몇 달 동안에도 SNS를 통해 성경, 신발, 포토 북, 자기 얼굴이 새겨진 시계, 친필 사인 기타 등을 광고했다고 지적했다.
측근들은 오히려 국정 홍보에서 SNS의 비중을 키울 태세다.
신설되는 정부효율부(DOGE)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함께 이끌 예정인 비벡 라마스와미는 '도지캐스트'(DOGEcast)를 통해 매주 정부의 낭비, 사기 등을 폭로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우파 성향 동영상 플랫폼 '럼블'에 출연해 백악관 브리핑룸의 주류 매체를 교체하는 방안을 아버지, 머스크 등과 상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기자실을 많은 '독립 언론인'들에게 개방하는 것에 대해 대화했다"며 "만약 뉴욕타임스가 거짓말을 했다면, 더 많은 시청자와 팔로워를 가진 이들에게 개방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