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료행위 분류코드 ‘CPT’ 관리서 미국의사협회 배제 추진
케네디와 트럼프 [로이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중인 의료보험 개혁방안 중에 미국의사협회(AMA)에 큰 재정적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공공의료보험인 '메디케어'의 진료행위 분류코드 관리에서 AMA가 맡고 있는 역할을 박탈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진료행위 분류코드는 수술, 처치, 검사 등 진료행위를 표준화해 분류하는 것으로, 진료는 물론이고 수가 산정, 보험 청구 등의 기초자료가 된다.
FT는 케네디의 구상이 실현될 경우 "수십년간 지속돼 오던 시스템을 온통 뒤집어 놓을 것"이라며 "미국의 건강 분야 기득권 세력에 망치질을 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케네디는 14일 장관 후보자 지명을 받은 직후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부패를 일소하고, 업계와 정부 사이의 회전문 인사를 멈추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메디케어는 65세 이상 고령자와 일부 중증질환 장애인을 위한 공공의료보험으로, 2022년 기준으로 고령자 5천700만명과 65세 미만 장애인 800만명이 이를 통해 의료비 지원을 받았다.
케네디 팀은 앞으로 진료행위 분류코드 관리를 AMA에 맡기지 않고 보건복지부 소속기관인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CMS)에서 직접 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FT는 전했다.
미국 정부는 1980년대부터 AMA에 진료행위 분류코드 관리 업무를 맡겨 왔다.
1년에 3차례 열리는 AMA 위원회가 코드 업데이트 안을 만들어 메디케어에 보고하며, 메디케어는 거의 예외 없이 AMA의 제안을 수용한다.
AMA의 진료행위 분류코드 관리 체계에는 '현행 절차 용어'(Current Procedural Terminology), 약어로 'CPT'라는 아리송한 이름이 붙어 있으며, 'CPT®'라는 정식 상표등록까지 돼 있다.
CPT는 회원 17만여명이 있는 AMA의 주요 수입원이다.
AMA의 작년 연간 총수입은 4억9천510만 달러이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CPT 등 로열티 수입이다.
따라서 케네디의 구상대로 진료행위 분류코드 관리 업무에서 AMA가 손을 떼고 정부기관이 이를 직접 맡게 될 경우 AMA의 재정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의사들의 반발을 부를 수도 있다.
이미 확립된 시스템을 뿌리부터 갈아엎으려고 할 경우 의료 일선 현장에서 엄청난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AMA에 가까운 한 관계자는 민간 건강보험 업체인 유나이티드헬스가 올해 해킹당했을 때 1억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때와 맞먹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FT에 말했다.
과거에도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진료행위 분류코드 개혁을 구상했다가 실행에 난관이 클 것이라는 지적에 물러선 적이 있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CMS에 근무했으며 현재는 싱크탱크 '어번 인스티튜트'의 정책연구 선임위원으로 일하는 로버트 베렌슨은 진료행위 분류코드 개혁에 대해 다음에 무엇을 할지 면밀한 계획을 세워놓지 않으면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메디케어 청구 관련 코드 중에는 CMS에서 직접 만드는 것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다만 대안이 있다고 하더라도 의사들과 AMA는 "매우 싫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