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메타플랜트 세금공제 무산
▶ 한미 경제협력 상징도 세금혜택 제외
▶미국 국익 앞에 보장된 이익은 없어
▶’무역적자 대표품목’ 차 압박 커질듯
▶현대차·기아 보편관세땐 부담 늘어
2022년 5월 한국을 찾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콕 짚어 만났다. 현대차그룹이 자신의 방한 기간에 맞춰 조지아주에 55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전용 공장(메타플랜트)를 짓겠다고 발표한 데 대한 감사함을 표시하기 위해서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정 회장과 1대1 회동을 한 직후 기자들 앞에서 “정 회장이 미국을 선택해줘서 정말 고맙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현대차그룹의 메타플랜트는 한미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중 기업 총수와 단독 면담을 한 것도 처음이었고 기자 회견이 끝난 후 정 회장의 어깨에 손을 얹고 함께 면담 장소로 이동하는 장면도 이례적이었다.
하지만 메타플랜트를 둘러싼 환경 변화는 미국의 국익 앞에 확정된 이익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7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지만 당초 기대했던 4,800억 원의 세액공제 혜택이 최종 무산됐다. 미 정부가 한정된 예산을 이유로 바이든 대통령이 ‘생큐’까지 연발했던 공장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프로그램이 중견·중소기업 위주로 선발된 데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제외돼 큰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제너럴모터스(5억 달러) ▲피아트-크라이슬러(5억8,000만 달러) ▲볼보(2억 달러) 등 글로벌 완성체 업체들은 인플레이션지원법(IRA)의 또 다른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보조금을 받아갔다. 한국 기업만 상대적으로 소외된 셈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국내 자동차 업계에 더 거센 폭풍이 휘몰아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대했던 혜택을 받지 못한 것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는 받고 있는 이익의 일부를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진 곳이 전기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취임과 동시에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전환 정책을 백지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박태곤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는 집권 1기인 2017년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고 자동차 연비 규제를 완화하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후퇴시킨 바 있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 IRA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도 영향권에 있다. 조희승 iM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는 현재 미국에서 상업용 전기차에 대해 대당 7500달러의 IRA 보조금을 받고 있다"며 “보조금이 폐지된다면 기존에 보조금을 받고 있던 상업용 전기차에 대해서도 대당 7500달러의 인센티브를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차·기아의 북미 상업용 전기차 비중은 30~50%로 인센티브 상승 압력이 월 300억 원 수준으로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오히려 HMGMA의 초기 주력 생산 모델이 전기차(아이오닉5·아이오닉9·기아 EV 시리즈)에 집중돼 있는 점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RA 보조금 폐지와 친환경차 규제 연기가 맞물릴 경우 신공장의 고정비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출범 후 관세 인상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현재 완성차 업체의 수출에서 북미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어섰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 기준 현대차·기아·한국GM의 자동차 수출(206만 2739대) 가운데 52.1%(107만 5678대)가 미국으로 향했다. GM은 수출의 약 87.8%, 현대차는 54.7%, 기아는 40.2%를 미국에 수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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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서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