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회용기 늘리는 장례식장
▶ 지자체·대형병원 보급 확대
▶서울의료원 작년 7월 도입
▶춘천 다회용기 사용률 71%
▶이용료 일회용품의 1~2배
테이블마다 일회용품으로 가득했던 장례식장 풍경이 바뀌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연간 전국 장례식장에서 쓰는 일회용품은 3억7,000만 개, 2300톤에 달한다. 국내 일회용품 사용량의 20%다. 그러나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대형 병원들을 중심으로 다회용기를 도입하면서 상주·조문객들의 인식도 빠르게 바뀌는 분위기다.
8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장례식장에 다회용기를 도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충북도는 4일 도내 공공의료원 장례식장을 대상으로 다회용기 보급 시범사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1,900만 원을 투입해 그릇·컵·수저 등 다회용기 8만여 개를 청주·충주의료원 장례식장에 제공할 계획이다. 울산시도 지난달 장례식장 다회용기 사용 지원사업에 나섰다. 올 하반기 들어서만 경기도 파주시와 안산시, 경북 포항,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등이 동참을 알렸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수많은 최초 사례가 있었던 덕분이다. 첫 사례는 경남 김해의 민간 장례식장 3곳(2022년 3월)이다. 아예 일회용품 사용을 중단하고 다회용기를 전면 도입한 첫 기록은 서울의료원 장례식장(2023년 7월)이 차지했다. 이어 강원도 춘천시는 올해부터 전국 지자체 최초로 지역 내 모든 장례식장(4곳)에 다회용기를 도입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장례식장 다회용기를 도입한 최초(2024년 7월)의 전국 상급종합병원이다.
효과는 드라마틱하다. 서울의료원의 경우 2023년 1월 100ℓ 봉투 793개 분량의 쓰레기를 배출했지만 다회용기를 도입한 7월에는 136개로 줄었다. 이용객 설문조사 결과 85.9%가 만족을 표하기도 했다. 춘천시 내 장례식장의 다회용기 사용률은 10월 기준 71%를 달성했다.
덕분에 춘천 강원대병원 장례식장, 교원예움강원 장례식장, 호반병원 장례식장에서 올 상반기 배출한 폐기물은 전년 대비 약 10톤 감소했다.
일회용품 사용을 아예 중단한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장례식장은 상주들이 일회용품과 다회용기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장례식장 다회용기를 도입한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지원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이용료는 일회용품의 1~2배 이내다. 사용한 다회용기는 전문 세척업체에서 위탁받아 세척한 후 재공급한다. 세척을 외부 업체가 전담하기 때문에 장례식장 직원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장례식장 입장에서는 다회용기 구입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지자체 차원에서 다회용기를 구입해 공급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예산 문제로 운영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구의료원은 2022년 3개월의 시범운영 후 세척 업체에 대한 지자체 지원이 끊기면서 다회용기 이용이 어려워졌다. 부산 영락공원과 부산의료원은 3월 다회용기를 도입했으나 3개월의 시범사업이 끝난 후 일회용품으로 바꿨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는 예산 지원 기간을 2년으로 늘려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장례식장에 자체 세척시설을 마련했다가 장례식장 직원들의 업무 부담 증가로 다회용기 유지가 어려워진 사례도 있다.
강제성이 없는 상황에서는 다회용기가 안착되기까지 당분간 지자체 지원에 의존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장기적으로 제도화가 필요한 이유다.
김주선 춘천시 자원순환과 주무관은 “향후 장례식장도 일반 음식점처럼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적용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기반을 닦아둔다는 차원에서 다회용기 사업을 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회용기가 익숙하지 않다 보니 첫 3개월은 사용률이 저조한 편이었지만 환경을 위한 사업이라는 점을 꾸준히 안내하면서 변화가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일회용품이 더 깨끗하다는 인식도 점차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의 경우 주기적인 유기물 오염도(ATP) 위생 검사를 실시, 장례식장 다회용기의 청결도를 20RLU 이하로 유지하고 있다. RLU는 오염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깨끗할수록 낮다. 새 일회용 컵의 평균 오염도는 125RLU, 식품위생법상 안전기준치는 200RLU다. 장례식장 다회용기에는 10배 더 강화된 위생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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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유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