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소영 임상심리학 박사의 강철 멘탈 클래스
지난 시간에 우리는 인간의 메모리, 즉 기억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질되고 왜곡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크게 변질이 되는 기억력은 에피소드 메모리, 즉 자신이 경험한 사실들을 기억하는 장기 기억력 중 명시적 기억력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메모리가 크게 변질되는 이유는 다양한 환경과 상황들이 우리의 기억력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의 메모리에 영향을 주는 예들을 살펴 보겠습니다.
*방송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한 정보, 또는 직접 만남을 가진 사람들과 나눴던 대화들이 모두 인간의 기억에 영향을 미칩니다. 때로는 장시간이 지난 후, 자신이 들었던 그 얘기가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한 기억인 것으로 착각을 만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911 사태 당시, 전 세계 각 방송국에서는 비행기가 두 번째 빌딩을 뚫고 폭파하는 장면을 수 천 번 방송한 바 있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반복된 이미지를 접한 많은 미국인들은, 자신이 뉴욕에 간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직접 폭파 장면을 목격한 것과 같은 왜곡된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상상력이 우리의 기억을 왜곡 시킵니다. 우리의 뇌는 재미있게도 무엇인가 틈이 생기면 그 틈을 스스로 채우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1부터 100 까지의 숫자를 일렬로 나열된 용지를 본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을 때, 숫자가 가끔씩 비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간의 뇌는 그 틈을 자신의 선입견으로 채워, 비워진 숫자를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뇌는 그 틈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상상력과 믿음을 동원해서 채우게 되는데요, 결과적으로 현실과 다른 정보를 진짜 있었다고 믿는 왜곡된 기억을 때때로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감정이 우리의 기억을 왜곡시킵니다. 보통 감정이 매우 격한 상황일수록 기억이
생생하다는 사실은 다 한 번씩 경험하셨을 것입니다. 행복하고 즐거웠던 순간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부 싸움을 심하게 했던것이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신혼
여행내내 싸움의 연속이었던 것처럼 기억되는 경우가 한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섬광 기억 또한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섬광 기억이란,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 플래시를 터트리듯 그 당시 기억이 너무나 또렷해서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누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아주 선명하게 말할 수 있는 기억을 말합니다.
그런데 많은 연구들이 발견하고 있는 것은 이 섬광 기억조차도 시간이 흘러 가며 왜곡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자신이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다가 그
얘기가 너무 충격스러워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건으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자 이렇듯 우리 인간의 기억은 믿고 확신하기에는 너무나 연약한 기능임이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믿을 수 없는 자신의 기억을 평소에 잘 관리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1. 우리의 기억은 왜곡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우리는 인간의 기억력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기억은 카멜레온 같은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에 따라 왜곡되고 변질되어 간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 들이는 것입니다. 따라서 <내 기억이 맞다>라는 오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기만 해도, 가족 또는 부부 관계에서 겪는 갈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기억이 잘못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합의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2. 기록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습니다. 일기를 쓴다든지, 비디오나 사진을 찍어
놓는다든지, 메모를 써 놓는 습관은 자신의 기억을 확인 시켜주는 도구로 작용 할 것입니다.
3. 자신의 삶을 하나의 타임 라인으로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하루 시간을 내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중요한 이벤트를 각 년도에 따라 기록해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타임라인을 만들어 놓게 되면 미래에 자신의 기억력이 감퇴했을 때 정확하게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도구 역할을 할 것입니다.
4. 가끔 시간을 내어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과거를 회상해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이 기억하는 과거를 함께 나누다 보면 서로가 기억하고 있는 부분이 다르다는 사실도 알게 되고 또한 자신이 미처 기억하지 못했던 행복한 기억들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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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영 임상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