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의, ‘T.R.U.M.P’ 정리…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불확실성↑
▶ “대중국 제재에 따른 대응 논리 필요”…금리 인하·약달러 전망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수출·통상, 에너지, 첨단 산업, 금융 시장, 대북 정책 등 국내 경제 전방위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7일(한국시간 기준) 경제·산업 전문가 15명의 의견을 종합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야별로 분석해 키워드 'T.R.U.M.P'로 정리했다.
'T.R.U.M.P'는 '보편적 관세 도입'(Tariff on All Imports), '화석연료 부활'(Return to Fossil Fuel), '첨단산업 불확실성 증가'(Uncertainties in High-Tech Industry), '통화정책 개입'(Monetary Policy Interference), '북·미 정상간 개인 외교'(Personal Diplomacy)를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통상 전략으로 '보편적 관세'와 '상호무역법'을 주목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동맹, 비동맹 구분 없이 대미 무역 흑자국에 대한 압박 및 무역장벽이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한국은 미국을 상대로 작년 444억달러, 올해 상반기에만 287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만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기존 무역협정에 대한 재협상 시도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에서 미국산 에너지, 농산물 수입을 늘려 2025년 이후 대미 무역수지 흑자 폭의 증가세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재집권으로 화석연료 공급이 확대되며 에너지 가격은 낮아지겠지만 친환경 에너지 업계의 불확실성은 고조될 것으로 분석됐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의 석유·가스 생산과 수출이 확대되고, 글로벌 에너지 가격의 하향 안정화가 가능해질 것"이라면서도 "저렴해진 가스에 대한 미국 내 수요 증가로 수출이 감소하거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면 에너지 가격이 상승할 우려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윤희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면 폐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세액공제 대상이나 공제 규모가 조정될 수 있어 국내 태양광·풍력·배터리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고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첨단 산업의 불확실성이 심화할 것으로 보고 고성능 인공지능(AI) 메모리, 선행 기술 개발 및 표준화 등에서 미국의 핵심 파트너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압박과 자국 투자 확대를 위해 반도체법상 가드레일 조항 및 보조금 수령을 위한 동맹국 투자 요건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한국, 대만, 일본, 유럽 반도체 기업에 대해서는 인센티브가 아닌 페널티 정책이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은 "한국은 반도체 총수출에서 중국(홍콩 포함) 비중이 약 50%에 달하는 만큼 한국에도 대중 교역 제한에 대한 협조 요청이 있을 것"이라며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논리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산 수출 전기차의 절반가량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만큼 전기차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어 하이브리드차 등 다양한 차종 개발과 정책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금융 정책으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 제한'을 지렛대 삼아 금리 인하와 약달러를 추구한다는 점을 꼽았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국채 발행이 늘어 국채금리가 오르고 강달러 추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약세로 돌아설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다.
대북 정책의 경우 '북미 정상 간 직접 협상'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며,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게끔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트럼프의 당선이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트럼프 행정부를 이미 경험해 본 정부의 실리적 외교·협상 노력과 더불어 민간 차원의 아웃리치 활동이 병행된다면, 한·미 모두 '윈윈'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