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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포도 ‘하이엔드’… 중국산보다 3배 비싸도 잘 팔려”

2024-11-01 (금) 서울경제=박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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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위기 뛰어넘는 K과일

▶ 싱가포르서 고급 이미지 구축
▶중국보다 맛있고 일본보다 저렴
▶한국산 포도 수입 2배 늘어
▶“경쟁력 위해 물류비 지원 필요”

10월 17일(현지 시간) 싱가포르 타카시마야 백화점 내 신선식품매장. 장바구니를 들고 과일 코너를 둘러보던 한 40대 여성이 포도가 진열된 매대 앞에 멈춰섰다. 그는 한국산 샤인머스켓 몇 개를 천천히 살펴보더니 포도 한 송이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이 매장에는 한국·중국·일본·이집트 등 각국에서 수입된 샤인머스켓이 다양하게 진열돼 있다. 식품매장의 한 직원은 “포도 알이 크고 품질이 좋아 한국산이 중국산이나 일본산 포도보다 잘 팔린다”고 귀띔했다.

싱가포르에서 한국산 과일은 고급 과일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싱가포르의 과일 수입사 관계자들은 한국산 과일에 대해 삼성전자의 하이엔드 제품인 갤럭시 스마트폰과 닮았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과일 수입사인 SF사의 대표 자니스 씨는 “중국산 포도가 한 송이에 4~5 달러라면 한국산은 14~15달러”라며 “중국산 포도는 향이 약하고 맛이 좋지 않은 반면에 한국산 포도는 품질이 아주 좋다”고 설명했다.


한국산 포도는 신선도가 높고 일본산 포도보다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싱가포르 식품 매장에는 세계 각국의 포도가 진열돼 있는데 일부 상품은 유통과정에 문제가 있어 껍질이 말라 있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신선도를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포도 가운데는 한국산과 일본산의 신선도가 특히 높은 편이다.

탄 용밍 싱가포르 이스턴 그린 세일즈 매니저는 “일본산 포도는 한국산보다 3배 이상 비싸다”며 “같은 프리미엄인데 소비자들이 수용할 만한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어 인기를 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싱가포르 유통가에서 한국산 포도의 입지는 탄탄하다. 한국산 포도 수입액은 ▲2019년 135만3,000달러(약 18억6,700만 원) ▲2020년 178만9,000달러 ▲2021년 210만 달러로 꾸준히 증가세다. 지난 2022년 한국 내 생산량 감소로 수출액이 한때 190만400달러까지 줄었지만 지난해 297만5,000달러로 급증했다. 최근 5년간 수입액이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자니스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싱가포르 경제가 둔화되며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고 있다”며 “최근 한국산 과일의 산지 가격이 오르면서 가격 불안 우려가 생겼는데 현재와 같이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 차원의 물류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송혜숙 코트라 싱가포르 무역관 부관장은 “싱가포르는 물류비가 비싸고 특히 신선제품은 신선도 유지가 중요해 더 비싸진다”며 “농가 수출을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물류비 지원 등이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산 샤인머스켓이 싱가포르에서 성장하는 신흥강자라면 한국산 딸기는 시장의 절대강자다. 한국산 딸기의 싱가포르 신선 딸기시장 점유율은 42.9%에 달한다. 최근 5년간 수입딸기 시장에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수입액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379만9,000달러에서 2020년 1,402만6,000달러, 2021년 1,507만4,000달러 등을 거쳐 올해 2,000만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관계자들은 앞으로 한국 딸기가 싱가포르 시장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니스 대표는 “한국 과일은 홍보가 더 필요하다”며 “동남아 시장 진출의 역사가 긴 일본 과일보다 인지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부가 가치 상품으로의 전환 과정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현지에서 만난 민호건 난양공대 변환경제연구센터 전략팀장은 “과일 뿐 아니라 한국의 고로쇠 수액도 주목할 만하다”며 “울릉도의 고유 단풍나무 종인 우산고로쇠 나무에서 뽑아내는 수액은 연간 500~700톤 생산할 수 있는데 이를 기초로 새로운 상품 발굴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경제=박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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